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죄 공용전자기록등 손상죄)로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기소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007년 10월 9일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 시스템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고했고, 백 전 실장의 중간 결재를 거쳐 같은 달 21일 노 전 대통령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화록을 수정해 1급 비밀형태의 회의록 문건으로 작성한 뒤 같은 해 12월 말에서 2008년 1월 초쯤 백 전 실장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을 1급 비밀로 보관하라'는 취지의 지시와 함께 ‘e지원’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고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가장 비교가 되는 것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의 조치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 외에 이종명 전 국정원 차장과 민병주 심리전단단장, 댓글작업을 벌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는 기소를 유예했다.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정원장보다 더 강력한 대통령이 지시한 명령을 수행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대화록 폐기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형평성 시비가 빚어지고 있다.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는 형사처벌의 형평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조명균 전 비서관은 정상회담 주무부서 책임자고, 삭제 파쇄 행위를 주도했다.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하는 것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소 유예된 국정원 직원들도 대선개입 행위를 주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교 설명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얼버무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편향성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소환조사하기까지 했지만 대화록 유출사건에 연루된 김무성 의원 등 여당 정치인들은 서면조사로 마무리하려던 것이 언론에 드러나면서 비난이 쇄도했다.
정권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서는 '법무부 감찰 진상조사'라는 초강수로 낙마시킨 반면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도 대표적인 이중잣대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