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의 화려한 부활, 박주영을 지울까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스위스의 경기가 2-1 한국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김신욱과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송은석 기자 raphacondor@cbs.co.kr)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는 해외파 선발 원칙은 확고하다. 아무리 명성이 높은 선수라고 해도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아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다면 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이 벤치에 앉아있고 그게 장시간 계속된다고 하면 우리 팀에게는 큰 손해"라고 말했다.


해외파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입장 재확인은 사실 김보경과 관련된 질문에서 비롯됐다.

김보경은 스위스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이에 최근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해외파 선수들의 대표팀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의 컨디션에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김신욱과의 호흡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며 교체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경기 감각 저하와 대표팀 경기력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 해외파 선발 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소속의 스트라이커 박주영이다. 박주영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대표팀에서 그를 대체할만한 스트라이커는 많지 않다. 그러나 결장이 계속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여전히 그를 대표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 때까지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주영의 합류가 이뤄지지 않는동안 대표팀은 원톱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렸다. 여러 선수들이 기용됐지만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스위스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다.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1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 현대)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김신욱을 잘못 활용했다고 인정했다. 당시는 대표팀 사령탑이 바뀐 직후라 홍명보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단 전체가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 대회 때는 선수 파악이 안된 상태였다. 김신욱의 장점 말고는 정확히 잘 모르는 상태였다. 김신욱의 장점이 헤딩이었기 때문에 헤딩만 살리려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 스피드와 모든 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제 김신욱을 바라보는 홍명보 감독의 시선은 달라졌다. "김신욱에게 공이 전개되는 상황마다 우리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헤딩도 있지만 키에 비해 테크닉도 우수하다. 헤딩보다는 발로 연결해주는 모습을 준비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이 원톱 스트라이커 부재 때문에 신음할 때마다 박주영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러나 스위스전이 끝난 뒤에는 누구도 박주영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만큼 김신욱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박주영은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박주영이 여러 학기에 걸쳐 A학점을 받았다면 김신욱은 이제야 처음으로 A학점을 받은 모양새다. 김신욱은 꾸준함을 보여줘야 한다.

김신욱은 대표팀 하차의 아픔을 겪은 뒤 3개월동안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힘썼다. 그 결과 박주영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박주영을 바라보는 홍명보 감독의 시선에는 변화가 없다. 배려와 의심이 공존한다.

경기 감각 저하가 대표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높다. 그런 장면들이 홍명보 감독의 눈에 자주 들어올수록 박주영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은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주영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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