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자는 한국개발원(KDI) 연구원 출신으로 중량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특별한 하자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청문회 국면이 시작되자 이런 저런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해 급기야는 요 며칠사이에 청문회 자리에 앉았던 3명의 고위공직후보자 가운데 가장 '약한고리'가 돼 야당의 거센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문 후보자는 보편적 연금 확대 반대론자였다. 5년전인 2008년 국민연금개혁위원회에 참석해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주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하위 30%까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떠나 소신과 반대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발전시킨 제도다. 문 후보자가 보편적 복지라는 시대의 흐름과 안맞는 사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신없이 오락가락한 답변은 자질을 의심케 한다. 증세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복지재정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세금을) 올려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현 단계에서 증세를 논의할 시점인가는 상당히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청문위원들의 빈축을 샀다.
문 후보자가 담배를 하루에 1갑 이상 피우는 애연가라는 점도 흡연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금연정책을 주도하는 부서의 수장이 되는데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이다. 문 후보자는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인이나 아들 생일날 집 근처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 나와 "문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못했다"고 인정해야 했다.
민주당은 세 후보 모두 문제지만 특히 문 후보가 문제라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 투표에 응하지 않는다는 '연계' 전략까지 꺼내들었다.
이에 강창희 국회의장이 "필요한 시점에 직권상정 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실행에 옮겨졌을 때의 부담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현시점에 강 의장의 발언은 여야에 대한 압박용의 성격이 강하다.
전임 진영 장관 사퇴 과정을 몸서리치며 지켜봐야 했던 청와대로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문 후보자가 낙마하면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숭례문 부실 복구 등 문화재 보수사업 관리 부실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변영섭 문화재청장을 경질한 터여서 문 후보자마저 사퇴할 경우 입을 박근혜 대통령의 타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임명하는 것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법인카드 사적 사용이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문 후보자 문제를 묻는 질문에 "아직은 특별하게 말씀드릴게 따로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한 불만이 차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공적용도로만 써야할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공공기관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업무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공무원은 그부분에서는 엄격한데 연구원이나 이런 데는 좀 느슨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