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상징 '성소피아박물관' 이슬람사원화 논란

터키의 최대 명소인 성소피아박물관을 이슬람사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도안뉴스통신 등 터키 언론들은 16일(현지시간)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가 전날 이스탄불 성소피아박물관 근처의 카펫박물관 개관식에서 성소피아박물관을 이슬람사원으로 바꾸기를 바라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개관식 축사에서 "우리는 지금 슬픈 아야소피아를 보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미소 짓는 모습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소피아는 '성스러운 지혜'란 뜻으로 그리스어로는 '하기아소피아'로 표기되고 터키에서는 '아야소피아'(Ayasofya)라고 부른다.

성소피아는 동로마제국 당시인 537년 성당으로 지어졌으나 오스만제국이 이스탄불을 정복함에 따라 1453년부터는 이슬람사원으로 쓰였으며 터키는 1945년부터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이날 발언에서 성소피아 박물관을 "아야소피아 자미"라고 지칭했다. '자미'는 이슬람사원(모스크)의 터키어다.

그는 최근 터키 이즈니크와 트라브존에 있는 '아야소피아'란 동명의 박물관이 이슬람사원으로 바뀐 사실을 강조했으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도 이처럼 되기를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른츠 부총리는 '종교 시설은 종교 외의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부동산 관련 법 조항을 언급하면서 성소피아 박물관을 이슬람사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미를 박물관으로 변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몇몇 사람의 결정으로 트라브존의 '아야소피아 자미'가 박물관으로 바뀌고 입장권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에는 극우 성향의 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유수프 하라초울루 의원이 성소피아 박물관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이슬람사원으로 바꾸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는 "정부가 1934년에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바꾸기로 했으나 이 결정을 기록한 관보나 정부 출판물 등이 없기 때문에 현재 성소피아 박물관의 지위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성소피아를 이슬람사원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극우주의자와 보수 이슬람주의자 등이 꾸준히 제기했으며 이슬람에 뿌리를 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 의원들도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나 이슬람 성향의 정책을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도 지난 5월 이런 요청에 "바로 옆에 술탄아흐멧자미가 있지 않느냐"며 거절한 바 있다.

터키 정부는 성소피아가 이슬람사원으로 개조되면서 회칠로 덮인 모자이크화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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