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요원들 1980년대 북한서 군사훈련"

BBC 기자, 잠복취재기 출간…IRA 요원 6명 전언 소개

영국에 맞서 북아일랜드 분리독립을 주장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요원들이 1980년대 북한에서 암살 기술을 비롯한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아일랜드 일간 아이리시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BBC 소속 탐사보도 전문기자 존 스위니는 최근 펴낸 책 '북한 잠복기: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런 국가 속으로'에서 1988년 비밀리에 방북한 북아일랜드 무장조직 IRA 요원 6명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당시 IRA 요원들은 평양 외곽의 한 고급 주택에서 두 달간 지내며 북한군으로부터 암살 기술 외에 폭탄 제조와 납치 기술을 배웠다고 이들 요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아일랜드 샤논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이들은 모스크바를 거쳐 북한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신분 은폐를 위해 옛 소련의 정보·공작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도움을 받았다고 책은 전했다.

북한에서는 그즈음 김일성 주석 정권 탄생 40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이었다. 북한 정부는 이들을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혁명 동지들"로 소개했다.

훈련은 '북한식'으로 진행됐다. 요원들은 북한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부터 다시 배우고 "'위대한 수령' 김일성 주석과 주체사상에 대한 수업"에도 참여했다.


요원들은 국빈급 대우를 받았다. 집안에서는 종일 십여 명이 살림을 도왔고, 집 밖으로 나갈 때는 벤츠 승용차와 30대의 경찰 오토바이가 배치됐다.

그럼에도 요원들은 금세 북한 생활에 지쳤다. 형편없는 음식과 새벽같이 시작되는 훈련은 둘째 치더라도 북한에서 마주한 사회주의 국가의 실상에 마음이 괴로웠다고 요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요원은 집안에서 마주친 북한 사람들에 대해 "노예나 다름없었다"고 말하고,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얼음처럼 굳어버리는 그들을 볼 때마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요원은 북한에 대해 "내가 가본 곳 중 최악이었다. 그 가엾은 자식들은 자기들이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거친 감정을 드러냈다.

지친 요원들 사이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이들은 쫓겨나다시피 북한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IRA에 대한 북한의 군수 지원과 양측 간 인력 교류가 지속되는 가운데 IRA는 요원들의 '전지훈련'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김일성 주석에게 100년 이상 된 도자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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