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5분만에 통장 개설'…앞으로 어려워진다

금감원, 금융사기 방지위해 통장 발급 절차 강화

이르면 내달부터 5분 만에 통장 개설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이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 통장 발급 기본 절차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대포통장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지도로 은행에서 많이 줄어든 반면, 감독 사각지대인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은 급증해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기존 통장 발급이 너무 간단하고 쉬워 대포통장 등 여러 가지 금융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통장 발급 기본 절차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처럼 통장 발급 절차가 꼼꼼한 은행들의 모범 사례를 정리해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삼도록 할 예정이다.

SC은행 등 일부 외국계은행들은 고객의 통장 발급 요청 시 심사가 까다로워 2~3일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고객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그만큼 대포통장 등 사기에 휘말릴 가능성은 작아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통장을 만들고 싶으면 은행 창구에 신분증만 제시하면 별다른 질문 없이 5분 만에 새 통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는 문제 소지가 있어 통장 발급 시 사유나 기본 인적 사항 재확인 등 필수 절차를 반드시 지키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 척결을 위해 농협, 농협중앙회, 국민은행, 외환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시행해 최근 은행권 대포통장을 크게 줄였으나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은 폭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안전행정부, 우체국은 미래창조과학부 담당이어서 금융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한 점을 이용해 은행을 애용하던 대포통장 사기범들이 대거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으로 갈아타는 상황이다.

대포통장은 불법으로 매입하거나 계좌주를 속이는 수법으로 가로챈 예금통장으로서 대출사기 등 각종 금융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및 피싱사이트 유도 등 전 유형에 걸쳐 대포통장이 주요 사기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다.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2011년 9월에 시행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새마을금고에 개설된 대포통장 계좌는 전체의 2.5%(933건), 우체국은 1.5%(569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포통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자 10월에는 새마을금고의 대포통장 계좌가 전체의 11.0%(724건), 우체국이 14.6%(958건)로 급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는 은행권에 대한 지도 및 감독 강화에 따라 대포통장의 주요 발급처가 타 권역으로 이동하는 등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에 대포통장 관련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새마을금고 지점은 1천410개, 우체국은 2천750개로 전국 금융사 지점 1만6천520개의 20%가 넘는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이 대포통장의 온상이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 우체국 계좌의 대포통장 이용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부처 간 상호협의회에서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의 대포통장 심각성을 제기할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가 취약한 농협 및 농협중앙회로부터 대포통장 근절과 관련한 확약서를 받는 등 압박을 가해 은행권의 대포통장 발급 비중이 하락했다"면서 "그러나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와 우체국 발급비중은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부처 간 상호협의체에 이 문제를 강력히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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