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우리의 문제"

[인터뷰] 위안부 문제 다룬 연극 봉선화 각본 쓴 윤정모 작가

윤정모 작가의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1982)를 원작으로 한 연극 '봉선화'가 지난 15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조센삐란, '조센'은 조선을 의미하는 일본어와 창녀·매춘부라는 의미의 영어 프로스티튜트(prostitute)의 앞 글자 '피'를 합친 말이다. 일본인들이 '피' 발음을 정확히 하지 못해 '삐'로 불렀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군은 조선인 위안부들이 바로 '조센삐'였다.

윤 작가의 소설이 대학생들에 의해 연극 무대에 오른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정식 극단이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원작 소설의 작가 윤 씨도 극본을 직접 쓰면서 연극 '봉선화'에 참여했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의 저자 윤정모 작가. (제공 사진)
지난 15일 첫 공연을 앞두고 윤정모 작가를 만나 짧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윤 작가는 각색 과정에서 주안을 둔 부분과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메시지 등을 이야기했다.

윤 작가가 극본을 쓰는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위안부 문제를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시 풀어내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미 원작이 30여 년 전에 나온 소설이고, 소설 이야기만으로는 요즘 젊은이들의 피부에 와 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극화가 결정 된 뒤, 시놉시스에 대한 회의를 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지금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닌 바로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의 문제로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인물 손녀 '배수나'를 넣었습니다."


연극 '봉선화' 중. (제공 사진)
연극 봉선화의 등장인물 아버지 배문하(왼쪽)와 딸 배수나. (제공 사진)
배수나는 자신의 아빠인 주인공 배문하가 잊고 싶어 했던 '조센삐였던 어머니 순이'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연극의 핵심적인 주연급 조연이다. 그리고 결별했던 어머니 순이와 아들 문하를 극적으로 만나게 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화해자 역할도 한다.

연극 봉선화가 관객에게 하고픈 메시지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무심하게 잊고 살아왔던 위안부 문제를 다시 기억하라는 것이다.

윤 작가가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썼을 때도 위안부 문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게 주목적이었다.

1980년 무렵 윤 작가가 일제사 발굴을 위해 헌신했던 고(故) 임종국 선생(1929~1989)을 찾아가 해방된 나라에서 친일파들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형적인 현상의 이유가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임종국 선생이 윤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저렇게 건재하는 내인(內因)은 국민들 대다수가 정신대 실상을 잊거나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급선무는 그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실을 국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윤정모 씨, 소설을 써 주세요."

윤 작가는 임 선생의 당부대로 위안부 현장을 언급한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썼고, 이후에도 강제 위안부를 알리는 일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고 고백했다.

윤 작가는 연극 '봉선화'를 통해 관객들이 위안부 문제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지금 우리의 문제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극에서 배수나는 전범국인 독일이 일본과 달리 피해국에 사과를 한 것은 유대인이 잊지 않고 기억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독일이 신사적인 나라라서, 독일 주변국이 힘이 있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의 만행을 기억하는 피해자들이 끔찍했던 상처를 잊지 않고 파편화된 기억들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안해하기는커녕 망언을 쏟아내는 아베를 보고 있으면 윤 작가는 가슴이 아프다. 윤 작가는 1982년 소설을 통해 말했던 것처럼 3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연극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지금 우리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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