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참사 열흘째…상황 크게 호전(종합)

사망·실종자 5천500명 돌파…2억3천600만弗 피해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지 열흘째를 맞은 18일 사망·실종자 수가 5천5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통신과 식수공급이 전면 재개되는 등 상황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ABS-CBN방송 등 필리핀 언론과 교도통신은 중부 레이테 주 타클로반 등 피해지역 주변에 차량과 헬기 등 항공편이 대거 투입되면서 구호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도로 통행이 재개되고 끊겼던 통신이 국제사회의 구호활동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군은 헬리콥터와 수직이착륙기 MV-2 오스프리 등을 동원, 타클로반 외에 사마르 등지의 이재민들에게도 식량과 식수를 지원하는 등 구호작전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부상자 치료를 위한 임시 병원시설도 본격 가동되고 있다.

아울러 최대 피해지역인 타클로반 지역의 식수 공급이 전면 재개됐다.

이들 지역 주민은 그동안 구호단체들이 제공한 생수로 버텨왔다.

필리핀 국가재해위기관리위원회(NDRRMC) 관계자는 피해지역의 식수공급시설이 다시 전면 가동되는 등 도시 기능이 점차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HA) 관계자도 "상황이 이미 크게 호전됐다"면서 국제사회와 비정부기구(NGO)의 협조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국제사회의 구호물자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필리핀군 당국은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최소한 27대의 C-130 수송기를 보내 구호물자 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외교부는 전 세계 43개국과 3개 국제기구가 모두 2억4천3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5억 달러 규모의 긴급 차관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세계은행은 필리핀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긴급 차관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빈곤층 이재민들을 위한 '조건부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 등 추가적인 지원에 나설 채비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지역 곳곳에 건물 잔해 등 폐기물이 널려 있어 복구작업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타클로반 지역의 복구작업에 투입된 메트로마닐라개발청(MMDA) 관계자는 현지에 4천대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쌓여 있다면서 지금까지 이 가운데 141대 분량만 처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당국은 2개 지역에 임시 하치장을 마련해 폐기물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한편 방재당국은 태풍 하이옌으로 지금까지 사망·실종자 수가 5천500명을 넘어서고 가옥 54만채가 완파 또는 부분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NDRRMC는 중부 레이테와 사마르 섬 등지에서 3천976명이 숨지고 1천598명이 실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신 수색작업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상자 수 역시 1만8천17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54만3천여채의 가옥이 완파 또는 부분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NDRRMC는 이번 태풍으로 가옥과 인프라, 농업, 제조업 등에서 모두 2억3천600만 달러(2천500억 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와 관련,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경제기획장관은 정부가 내년도 인프라 예산을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3.5%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복구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복구작업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측통들은 올들어 7%를 웃도는 성장을 거듭해온 필리핀의 경제가 태풍 하이옌의 여파로 그간의 고속질주에 자칫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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