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고스톱?" FA시장 '명과 암'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이 끝나자마자 한화와 전격 FA 계약을 맺은 내야수 정근우(왼쪽)와 외야수 이용규.(자료사진=SK, KIA)
뜨거웠던 올 시즌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막을 내렸다. FA 계약 1호 선수부터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우는 깜짝 소식 속에 5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돈잔치가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거포 최준석이 18일 롯데와 4년 총액 35억 원에 계약하면서 16명 FA 중 15명이 도장을 찍었다. KIA 출신 투수 윤석민만 미국 진출을 위해 빠졌다.

15명의 몸값는 무려 523억 5000만 원이다. 종전 최고였던 2011년의 261억 5000만 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지난 10일 FA 시장이 개장한 이후 10일도 채 안 돼 천문학적인 액수가 오간 것이다.

지난 13일 FA 1호 계약부터 입이 쩍 벌어졌다. 강민호가 롯데와 4년 총액 7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2005년 심정수(은퇴)가 삼성과 맺은 4년 60억 원을 15억 원이나 뛰어넘은 역대 최고액이다.


강민호의 계약은 FA들의 몸값 폭등을 이끌었다. 좌완 선발 요원 장원삼이 삼성과 4년 60억 원에 계약한 데 이어 내외야수 최대어 정근우, 이용규가 한화와 4년 각각 70억, 6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강민호가 없었다면 모두 심정수의 기록을 갈아치울 거액들이다.

여기에 신생팀 NC가 가세했다. 두산 출신 FA 외야수 이종욱, 내야수 손시헌과 4년 각각 50억, 30억 원에 계약했다. 여느 해 같았으면 대박이었겠지만 워낙 앞선 계약 규모가 커 명함도 못 내밀었다.

이외도 박한이(삼성)이 4년 28억, 이병규(LG)가 25억 5000만 원, 이대형(KIA)가 24억 원, 이대수(한화)가 20억, 강영식(롯데)이 17억 원 등 베테랑은 물론 어지간한 선수들이 대박 계약을 맺었다.

현 시장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생애 거의 한번뿐인 FA 대박 기회인 만큼 땀 흘려온 선수들에게 당연한 보상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해외로 우수 자원을 뺏기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상 과열 양상은 물론 유명무실화된 사전 접촉 금지 조항 등에 대한 지적이다. 모 구단 전 감독은 "사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싶다.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다음 날 곧바로 계약이 됐다면 누구든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해설위원은 "구단도 분명히 엄청난 계약에 대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늘어날 부담을 이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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