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고용 없는 성장 초래"< FT>

과거 한국을 가난에서 구해낸 원동력이었던 재벌이 최근 들어 해외 투자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한국 내에서 고용없는 성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1995∼2011년 사이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수는 1.6%가 감소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FKI)에 따르면 인구 5천만명인 한국에서 30대 재벌기업에 근무하는 종업원 수는 전체 봉급생활자의 7%에 불과한 123만명이다.

FT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경제개발에서 홀대받았던 전북 남원의 예를 들며 주요 재벌기업의 투자에서 소외되면서 발생했던 지역간 불균형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과거에는 서울 수도권과 남동부 항구지역에 집중됐던 재벌의 투자로 지역간 불균형이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주요 재벌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에 집중함에 따라 한국의 국내 경제가 투자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2007년 470억 달러에 그쳤던 한국 재벌기업의 해외 투자액은 2008∼2012년에는 1천50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는 한국 재벌기업 해외투자 확대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는 몽고메리시는 2006년 공장이 설립된 뒤 지금까지 이 공장 덕에 2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토드 스트레인지 몽고메리 시장은 "이 지역에서 현대차의 인기는 최고"라며 "부품업체들까지 따라들어오면서 현대차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한국 재벌 해외투자 확대의 수혜를 본 것은 몽고메리시만이 아니다.

내년에 70억 달러를 투자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중국 시안은 감사의 표시로 인근의 대로 이름을 '삼성 스트리트'로 명명했고 LG는 최근 베트남의 항구도시 하이퐁에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해외 투자 확대의 영향으로 현대차의 경우 2005년 73%이던 한국 내 생산 비중이 지난해에는 43%까지 떨어졌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많은 국민이 정부는 기업을 돕기 위해 많은 것을 해줬는데 정작 기업은 고용창출을 통해 제역할을 다하려 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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