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 이멜다, 태풍에 저택도 잃어

레이테 일대 저택·골프장 등 폐허로 변해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던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최근 중부 레이테 섬을 휩쓴 태풍 하이옌에 또 하나의 '보물'을 잃었다.

필리핀 언론들은 이멜다 여사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저택과 주변지역이 지난 8일 중부지역을 휩쓴 태풍 하이옌의 상륙 당시 폭풍해일에 휩쓸렸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당시 해일로 총 42헥타르 규모의 아름다운 해변에 위치한 골프장 등 모든 부동산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방이 무려 17개에 이르는 이 저택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의자와 목조 조각품, 일부 잔해만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저택은 이멜다 여사가 정부를 상대로 무려 3년간의 법정 분쟁 끝에 되찾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재산목록 1위이자 그녀의 부와 권력을 알려주는 상징물이었다.

이멜다 여사는 과거 마르코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으로 몰려 자칫 국가재산으로 귀속될 위기에 놓였던 이 고택을 대법원 최종 판결로 3년 만에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멜다 여사의 친정으로 명문 정치가문 로무알데스 집안 소유였던 이곳은 18홀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으며 그동안 상주 직원 2명이 관리해왔다.

한 관리인은 "보기 어려울 만큼 큰 저택이 이처럼 삽시간에 무너질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알려진 그녀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상원 의원은 현장을 둘러본 뒤 "한참만에 주택임을 알아볼 만큼 폐허로 변했다"며 "이곳은 자신이 청소년 시절에 이 곳 해안에서 거의 여름을 보낼 만큼 많은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정부는 이멜다 여사 등 마르코스 일가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약 100억 달러의 부정축재 재산 가운데 약 40억 달러를 환수했다.

환수 재산에는 스위스 은행계좌에 숨겨진 6억 달러와 뉴욕 부동산, 보석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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