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씨름 승부 조작' 기자회견

'송구스럽습니다' 박승한 대한씨름협회장(오른쪽)과 손상주 전무(왼쪽) 등 협회 관계자들이 19일 승부 조작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머리를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송은석 기자)
대한씨름협회가 최근 불거진 승부 조작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또 사실로 밝혀질 경우 영구 제명 등 강력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승한 회장은 1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전주지검에서 밝혀진 씨름 승부 조작 사건에 대해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어 "80년대 화려했던 씨름 명예 부활을 위해 줄기차게 계획을 진행해오고 있는 도중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크게 당혹스럽다"면서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영구 제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성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지검은 18일 지난해 전북 군산에서 열린 설날대회 금강장사 결승전에서 안모, 장모 씨가 승부 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승 경험이 없던 안모 씨가 여러 번 장사에 오른 장모 씨에게 2000여만 원을 주고 져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검은 19일 앞선 예선에서도 선수 1명이 더 연루됐다고 추가 발표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날 사죄와 엄벌 조치할 뜻을 밝힌 것에 그쳤다. 회견에 앞서 열린 법제상벌위원회 진상 조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서둘러 마련해 알맹이는 빠진 설익은 회견이었던 셈이다.

박회장은 "해당 감독들과 접촉도 하고 있지만 당장 어제 일이라 구체적으로 들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회장인 나도 진상을 파악 중이지 오늘 결론이 난다든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협회 관계자는 "이날 감독들이 협회에 '승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지만 수사 중인 상황이라 이들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국민들께 사죄의 뜻을 밝히는 게 먼저라 회견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회장은 "이 사건 외에 협회에서는 승부 조작은 전혀 없다"고 공언했다. 이어 "취임 이후 승부 조작 방지 서약과 교육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지난 집행부 때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이후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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