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28.수원)은 20일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자빌 스타디움에서 1-2로 패한 러시아와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 타임 활약했다.
지난 스위스전에서 후배 김승규(23.울산)에게 골키퍼 장갑을 내줬던 정성룡은 홍명보 감독 부임 후 처음 치르는 원정 평가전에서 골문을 지켰다. 홍명보 감독은 신예의 패기보다 A매치를 56경기나 소화한 베테랑의 안정감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운 실패로 남았다. 정성룡은 상대에게 내준 2골 모두 아쉬운 모습을 남기며 쓸쓸히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전반 12분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허용한 동점골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측면의 가까운 거리에서 올라온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저지하기 위해 몸을 던졌지만 자신의 빈 틈을 향한 공의 속도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공은 정성룡의 겨드랑이 사이로 흘렀고 상대 공격수에게 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14분에 나온 두 번째 골은 분명한 아쉬움이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장신 미드필더가 문전에서 점프해 공의 방향만 바꾼 간단한 슈팅이었다.
골대 구석을 향해 가는 공은 어느 골키퍼라도 막기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정성룡이 골대 안으로 향하는 공을 저지하는 동작 없이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는 점은 씻을 수 없는 아쉬움이다.
상대 선수가 앞에서 시야를 가려 정확한 공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 앉는 모습은 안타까움만을 남겼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 김승규의 최대 장점이 공을 향한 동물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더욱 안타깝다. 특히 김승규가 지난 스위스전에서 비록 1골은 실점했지만 상대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수 차례 선방으로 저지한 뒤 열린 이 경기에서 나온 정성룡의 실수는 더욱 비교될 수 밖에 없다.
2013년 현재 김승규의 가파른 성장에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 문을 지킨 정성룡의 굳건한 주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거듭되는 실수로 최대 장점이었던 안정감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 소집을 앞두고 짧게 머리카락까지 자르며 각오를 다졌지만 이번에도 실수는 계속 됐다. 정성룡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가장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처지이나 그 누구도 도울 수는 없다. 해결책은 오직 자신만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