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뜨고 정성룡 흔들' 골키퍼 철밥통은 없다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를 놓고 정성룡(사진 오른쪽)과 김승규가 펼칠 치열한 경쟁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료사진 = 노컷뉴스)
2013년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다. 먼저 대표팀 사령탑이 바뀌었고 수많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무엇보다 '철밥통'처럼 느껴졌던 골키퍼 포지션에 폭풍이 몰아쳤다. 정성룡(28·수원)이 독보적이었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김승규(23·울산)라는 대항마가 너무나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기 때문이다.

김승규는 올 시즌 소속팀의 주전 김영광의 부상을 틈타 기회를 잡더니 K리그 클래식 정상급 골키퍼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008년 프로 무대를 밟은 후 지난 시즌까지 5년동안 총 23회 출전에 그쳤다.

프로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이나 사기가 대표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소속팀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한 선수가 경기 감각 저하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김승규는 올해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키퍼 중 한명으로 발돋움했다. 2013시즌 1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가운데 경기당 실점률이 가장 낮다. 김승규는 29경기에서 23골을 내줘 평균 0.79를 기록했다.

김승규는 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울산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했다. 울산의 경기를 자주 본 축구 팬이라면 김승규의 활약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때가 많았을 것이다. 엄청난 순발력으로 골이나 다름없는 위기를 걷어낼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0점대 실점률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김승규를 포함해 전북 최은성(0.96 - 27경기 26실점), 포항 신화용(0.97 - 32경기 31실점) 등 3명 뿐이다. 정성룡은 31경기에서 37골을 허용해 1.19를 기록 중이다. 나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김승규가 더 빛나 보인다. 정성룡은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맹활약을 펼쳤지만 슬럼프가 지속되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김승규는 지난 8월 페루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안정된 기량을 발휘하며 조금씩 '홍心'을 얻어갔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선수에게는 누구나 리듬,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 김승규와는 달리 정성룡의 사이클은 지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시 반등할 여지는 충분하나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다.

정성룡은 지난 10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평범한 공중볼을 잡으려다 놓쳐 골을 허용하는 실수를 범했다. 정성룡의 실수는 곧 대표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기에 파장이 적잖은 장면이었다.

게다가 20일 새벽에 끝난 러시아전에서 낮게 깔린 크로스를 뒤로 흘리는 실수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신욱이 선제골을 터뜨린 지 6분 만에 실점을 하면서 팀 분위기 자체가 꺾였다.

정성룡은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지난 수년동안 검증이 된 부분이다. 골키퍼는 순발력 등 감각도 중요하지만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포지션이다. 그렇지만 '괄목상대(刮目相對)'한 김승규에게 자꾸 눈길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은 내심 쾌제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모든 포지션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철밥통은 없다. 경쟁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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