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조개껍질 안 된다'…녹색기후기금(GCF) 국제사회에 호소

한국이 최초로 유치한 국제기구 GCF,선진국 재원기여 '미적미적'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을 두고 빈 조개껍질(empty shell)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창문이 열려있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고 열려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만프레드 코누키에비츠(Manfred Konukiewitz) GCF 공동의장은 19일 오후(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9)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원마련과 관련한 각국 장관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날로 예정된 장관급 대화에서 의미있는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2020년 이후가 되면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일정량의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이른바 ‘신(新)기후체제’(Post 2020)이다.

GCF는 신 기후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게 되는 개발도상국들을 돕기 위한 기금이다. 소득수준과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과 달리,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수 없다. 때문에 선진국들이 돈을 내서, 개도국의 온실가스 대응을 돕는 것이 GCF의 목적이다.

문제는 ‘돈’이다. 2020년 이후 해마다 1천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데, 선진국들이 재원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12개국, 개도국 12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지난달 초순 파리 회의에서도 기금조성 방안에 대한 논의를 매듭짓지 못했다.


이번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제 19차 당사국 총회에서도 GCF의 재원조성 방안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GCF측은 “정확한 숫자는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으나, 앞서 영국의 해외개발원(ODI: Overseas Development Institution)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선진국 10개국들이 GCF에 기여한 재원은 690만 달러에 불과했다. 선진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4천만 달러를 GCF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만큼 선진국들의 반응이 시원찮다는 것이다.

때문에 개도국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진국이 하루빨리 재원 마련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슈퍼 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간 필리핀의 수석 대표는 ‘의미있는 결과’를 요구하며 단식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반면, 선진국은 기금이 중간에서 새지 않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개도국에서 먼저 재원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방안부터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GCF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가운데, 다음달 4일이면 인천 송도에 GCF 사무국이 문을 열게 된다. 연간 1천억 달러의 기금마련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일단 사무국부터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프레드 GCF 의장은 “많은 국가들이 기여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GCF가 “궤도에 올랐다”(on track)고 자신했다. 또 헬라 체크로흐(Héla Cheikhrouhou)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한국이야 말로 생동감 넘치는 국가이며. 녹색성장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입지로서 적합하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GCF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유치되는 UN 산하 국제기구다. 한국에 유치되는 최초의 국제기구이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재원이 될 GCF가 명실상부한 ‘제2의 세계은행’이 될 것인지, 아니면 ‘텅빈 조개껍데기’로 끝나고 말 것인지. 그 향방을 결정할 이번 당사국 총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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