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장은 이날 밤 미국 워싱턴 전미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가진 연례 만찬연설에서 연준은 필요할 때까지 초완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노동시장의 개선이 지속할 것이라는 확증이 될 때에야 채권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실업률이 목표치인 6.5%까지 낮아지고 나서도 한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3%다.
버냉키 의장은 경제가 현재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준의 기대에는 아직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를 2개월여 남겨둔 버냉키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의 후임으로 내정된 재닛 옐런 의장 지명자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버냉키 의장은 "동료인 옐런이 지난주 청문회에서 통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탄탄한 경기회복을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라고 증언한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산매입은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채권매입 속도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제전망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은 버냉키의 이같은 언급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주가지수선물시장은 약세, 달러화 시장은 소폭 내림세를 나타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폴 애쉬워스는 보고서에서 "(버냉키 의장이) 연준의 자산매입의 속도를 늦추는 시점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버냉키의 연설은 국채 등을 매달 850억 달러 어치 사들이는 현행 양적완화 조치를 축소하는 시점에 대한 연준의 결정이 시장 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연준은 이와 관련해 향후 정책결정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지난달 FOMC 의사록을 20일 공개한다.
버냉키 의장은 이와 함께 최악의 경기침체로 인해 연준이 더욱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정책을 시행하게 됨으로써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가 필요한 이유 등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로 인해 취임 당시인 2006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연준의 소통방식이 진화했다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투명성이 대중의 이해와 신뢰를 제고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내년 1월로 예정된 퇴임 후 계획과 관련해 연준 재임기간 경험 등에 대한 저술과 강연 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결정자가 되기 전에 학자였으며, 지난 11년간 금융시장의 역할과 각 경제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안정 등과 관련된 많은 일을 했다"면서 "저술과 강연, 그리고 일부 흥미있는 사안에 사고할 시간을 더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