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1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열고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이 미국, 러시아, 영국, 호주, 동남아국가연합(ASEAN)으로부터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반격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0일 "명시적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지지한 경우는 드물고, '적극적 평화주의를 평화를 준수하면서 추진'이라는 식으로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추진하는데 유리한 지평을 확보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중국만이 집단적자위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국가로 점점 고립되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안보이익이 충돌하는 인접국가 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지만 지리적으로 떨어진 지역에서는 주권국가의 권리로써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중과 마찬가지로 일제 식민지를 경험한 동남아 지역마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배경과 관련해서는 이 지역과 중국 간 영토분쟁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아세안은 남사군도 등 남중국해 문제에서 일본의 힘을 빌리려고 하고 있다.
일본이 꾸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과거 '침략자 일본' 대신 '친절한 일본'의 이미지를 만든 것도 이같은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최근 필리핀 태풍피해에도 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한국은 그 절반을 지원했고, 평소 ODA 규모 자체도 일본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정치인과 접촉이 잦은 한 정치권 인사는 "집단적자위권과 관련해 한국 편을 들어주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서 굉장히 놀랐다"며 "역사왜곡 등 일본정부의 행태에 대해 국민적 공분을 느끼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밖에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우군을 점차 확보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요한 키는 결국 미국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대표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어느 정도 풀어줄 것이냐 문제는 미국의 이익과 직결돼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고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