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가 넘긴 '대화록' 열람하고도 사초폐기?…與의 억지

정문헌 "업무상 대화록 일독했다"…새누리당 사초폐기론 스스로 부정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정 의원을 상대로 회의록을 처음 본 시기와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윤성호 기자)
사초폐기(史草廢棄). 새누리당이 국가기록원서 열람하려던 2차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찾지 못하자 올해 7월 19일 처음 작명한 이후 4개월간 정국을 풍미한 키워드다.

정상회담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못한) 사실을, 조선시대 실록편찬을 위해 작성해 놓은 기록(사초)에 빗대 만든 주장이다.

그런데 정상회담 대화록 관련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이 나오면서 이 사초폐기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잃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사초폐기론은 '참여정부가 정상회담 내용을 숨기기 위해 회담록을 지웠다'는 문제 제기였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향후 국민에게 공개되고 평가받아야할 역사적 기록물이 기록관에 보관돼 있지 않다"며 "한마디로 국민 앞에 당당하고 떳떳할 수 없었던 정상회담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피해가기 위한 사초 은폐 조작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참여정부가 국정원에 남겨놓은 또 다른 대화록의 존재를 애써 부정한 정치적인 술사로 보인다.

대화록 실종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를 보면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을 국정원에 남긴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참고토록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돼 있다.

조명균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정원에서 보관하면서 다음 대통령이 필요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국정원으로 이관시켰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지난 2007년 2차 정상회담 직전, 국정원에 보관돼 있던 1차 정상회담 회담록을 열람했다.

김경수 봉하마을 본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은 1차 회담록이 국정원에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2차 회담록도 국정원에 보관시킴으로써 업무의 일관성을 기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같은 노무현 정부의 의도대로 후임 이명박 정부는 전임 노무현 정부가 건네 준 해당 문서를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별다른 제약 없이 너무나 멀쩡하게 열람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20일 새벽 검찰 수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2009년 (청와대의) 업무관계상 내용을 알아야 하는 부분 때문에 국정원에 보관중인 대화록을 일독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을 역사에 숨기기 위해 사초를 폐기했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는 발언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 출범 전인 2008년 2월 인수위 시절부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화록을 돌려가며 열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다.

당초 1급 비밀이었던 대화록은 2009년 3월 2급 비밀로 재분류된데 이어 올해 6월 24일 다시 일반문서로 재분류돼 이제는 일반인도 볼 수 있게 됐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는 넘겨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국가기관인 국정원을 통해서도 후임 정부에게 멀쩡히 문서를 넘겼는데, 그 것이 어떻게 사초폐기냐"며 "사초를 폐기한 쪽은 단 한건의 비밀문서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은 새누리당 정권인 이명박 정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임 정부를 위해 꼼꼼하게 다듬고 국가기록원보다 더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좋은 의도를 가지고 국정원에 남긴 대화록을 새누리당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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