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 사회 이슈가 되는 것에 김장 쓰레기가 있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배추 겉잎, 무청 등의 김장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김장 쓰레기를 정해진 수거용기에 넣어 버리면 되는 것이지만 비용이 든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아닌 개인주택에서는 처리가 번거롭다. 그래서 김장 쓰레기를 한적한 곳에 몰래 내다 버리거나 분쇄기에 갈아 하수구에 배출하다 적발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지금까지 지자체는 제각각 ‘음식물납부필증’을 발부 받아 일반쓰레기 봉투 부착한 뒤 담아 버리거나 김장 쓰레기 수거기동반을 운영해 신속하게 수거해 처리하는 방법 등을 고안해 냈다.
단, 김장에 쓰고 남은 쓰레기이지만 마늘대, 마늘껍질, 굴 껍데기, 쪽파·대파·미나리 등의 뿌리, 고추씨, 양파·마늘·생강 등의 껍질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다. 일반종량제 규격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의 경우 쓰레기 종량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생활필수품 살 돈도 없는데 쓰레기에 돈을 쓴다는 것이 너무 생소하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가 주변이나 공장 밀집 지역에 종종 중국어 등 외국어로 된 쓰레기 무단투기 경고 안내판이 나붙는 이유다.
쓰레기 중에는 우주 쓰레기도 있다. 최근 그레비티라는 인기 영화도 우주 쓰레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캐슬러 증후군(Kassler Syndrome)’이라는 시뮬레이션 모델이다. 우주에는 폭파되거나 버려진 인공위성의 잔해들이 많다. 이것들이 서로 충돌하고 가동 중인 인공위성에 부딪히면서 연쇄 충돌이나 우주재난을 일으킨다는 것. 이것들이 지구로 우수수 떨어지는 재난도 발생한다는 경고이다. 그렇다고 쓰레기 수거하는 우주선을 또 쏘아 올려야 할까? 그냥 놔두는 수밖에 없다.
지구 위에서도 쓰레기를 처리 못하고 쌓아두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쓰레기 더미에 갇혀 119구급대가 출동해 구조하는 사건은 미국에서 종종 벌어진다. 이것을 정신의학에서는 강박적 수집행동, 강박적 축적 (compulsive hoarding)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이들은 가장 양식있는 민주시민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가 발생시킨 쓰레기를 남의 집이나 공공처리장이나 거리에 쏟아 붓지 않고 자기가 책임지니까 그렇다.
캐나다에서는 시장 조사기관인 캐나다 콘퍼런스보드의 2009년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780㎏의 쓰레기를 내버린다. 미국도 1천㎏에 육박한다. 선진 17개국 국가 평균 578㎏이다.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적은 일본도 국민 1인당 한 해 377㎏, 우리나라는 400㎏ 정도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것은 쓰레기봉투나 쓰레기통에 넣어서 통제된 쓰레기의 통계이다. 여기저기 마구 버린 그래서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는 계산에서 빠진다. 우주에 내다버린 인공위성도 이 통계에 들어 있지 않다.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나라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 1년에 8천억 원이다. 일반 쓰레기 처리에도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 이 둘을 합쳐도 반쪽 통계다. 쓰레기를 일단 땅에 파묻지만 훗날 이 쓰레기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계산하지 않으니 그렇다.
우리의 환경파괴 행위를 파묻어 감추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무겁게 느껴야 해결할 수 있다. 길에 잔뜩 쌓아놓은 쓰레기는 곪은 상처지만 무작정 파묻어 버린 쓰레기는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암세포와 같다. 우주의 쓰레기 인공위성을 과거에 누가 걱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시도해보았겠는가. 지구는 파묻어 처리했다고 발표하는 쓰레기로 인해 식도암, 대장암, 위암을 앓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처리가 아니라 만들어 내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아니요, 이건 안 됩니다”라고 외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