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이번 압수가 미국 수사국이 인장 9점에 대한 사진 자료 등의 정보를 지난 9월23일 문화재청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세관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절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인장 9점을 찾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압수된 인장은 한국전쟁에 참가한 미국 해병대 장교의 후손이 보관하고 있었다. 이미 세상을 뜬 해병대 장교는 1950년 서울 수복 때 덕수궁에서 인장을 발견해 미국으로 돌아올 때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고 후손들은 밝혔다.
당시 덕수궁은 이미 중공군과 북한군이 철수하면서 웬만한 문화재는 모두 약탈해 가 버렸으나 이 인장은 구덩이에 묻혀 있어서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고인은 설명했다고 후손들은 덧붙였다.
미국에서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문화재청은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를 비롯한 관련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인장 9점이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인장임을 확인했다.
압수는 대검찰청을 통해 지난 10월21일 미국 수사 당국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이뤄졌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압수된 인장은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皇帝之寶),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太皇帝)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1907년 제작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조선왕실에서 관리임명에 사용한 유서지보(諭書之寶)와 준명지보(濬明之寶), 조선 헌종의 서화 감상인인 향천심정서화지기(香泉審定書畵之記) 외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우천하사(友天下士), 쌍리(雙리<璃에서 王 대신 벌레충변>), 춘화(春華), 연향(硯香)이다.
특히 황제지보는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계기로 제작한 인장으로 고종황제의 자주 독립의지를 상징하는 국새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평가했다.
또 수강태황제보는 1907년 고종황제가 수강태황제로 존봉(尊奉)되는 의식을 기념하고자 제작된 것으로 상세한 내용이 융희원년존봉도감의궤(隆熙元年尊奉都監儀軌)와 고종가상존호옥책문(高宗可上尊號玉冊文)에 기재됐다.
유서지보는 지방의 절도사나 관찰사의 임명장에 사용한 인장이며, 준명지보는 왕세자 교육 담당 관청인 춘방(春坊)의 관원에게 내리는 교지에 사용한 도장이다. 이들은 대한제국 황실 보인(寶印)과 부신(符信)을 설명하기 위해 제작된 보인부신총에 상세한 그림과 설명이 수록됐다.
헌종의 향천심정서화지기를 비롯해 우천하사, 쌍리, 춘화, 연향 또한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이라는 책에 자세한 그림과 설명이 있다.
문화재청은 "국새나 어보 등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인장은 개인 간에 거래할 성질이 아니며 국가의 권위와 존엄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의 자긍심과 직접 관련된 국가상징유물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환수되어야 할 문화재"라면서 "이번 압수를 계기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반출한 문화재 환수를 위해 관련 당국과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수사당국의 몰수절차(4개월 이상 소요)를 거쳐 내년 6월 이후 국내로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 김영산 원장은 "미국 세관이 도난 문화재를 찾아냈다면 한국 문화재청에 통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압수한 인장의 문화재적 가치는 아직 확인할 수 없으며, 반환 절차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역시 한국전쟁 중에 미국으로 반출된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이라는 화폐 교환권 인쇄 원판이 미국 당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반환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