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북한산 마약 밀거래 조직원 5명 전원 기소(종합)

미국 검찰이 북한산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을 밀거래하려 한 혐의로 체포된 마약 조직원 5명을 기소했다고 20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영국·필리핀·중국·슬로바키아 국적으로, 지난 9월 태국 당국에 체포된 후 미국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북한산 메스암페타민 100㎏을 킬로당 6만 달러에 미국에 팔아넘기려다 적발됐으며,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마약 판매 총책으로 지목된 필리핀과 중국 국적자 두 명은 홍콩에 근거를 둔 대형 마약조직의 일원으로 확인됐다.

영국인 둘은 마약 보관을, 태국 최대 폭주족 단체의 우두머리로 알려진 슬로바키아 국적 추정의 남성은 마약의 운반과 보안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당국은 최근 핵무기 개발 등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이 세계 각성제 제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셸 리온하트 마약단속국(DEA) 국장은 "이번 수사는 북한이 세계 마약 거래에서 메스암페타민의 주요 공급원으로 떠올랐음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당 중 한 명은 마약 밀반입 업자로 위장한 DEA 요원과의 거래 중에 "과거 북한에는 8곳의 메스암페타민 제조시설이 있었지만, 최근 미국의 압력에 따른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모두 불타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검찰 녹취록에 나타났다.

중국민으로 확인된 이 남성은 "북한 정부가 미국인들에게 마약 판매를 그만뒀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설들을 불태웠지만, 우리 시설만은 건재하다"면서 미리 "필리핀에 1t가량의 북한산 메스암페타민을 쌓아두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 일당은 필리핀에 근거를 두고 북한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을 사들이고 나서 태국에서 찻잎으로 위장해 배에 실어 밀반출하는 수법을 써왔다.

검찰이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샘플 성분을 분석한 결과 순도 99% 이상의 메스암페타민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연방정부 관계자는 ABC 뉴스 인터뷰에서 "순도가 높기로 유명한 북한산 메스암페타민이 지난 몇 년간 중국으로 많이 흘러들어 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미국에서 빈곤층이 주로 이용하는 마약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이 최근 아시아 등지에서 젊은층과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판 블로그인 '코리아 리얼타임'에서 "미국 마약 당국이 세계 마약 밀매 시장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북한을 주목하고 있으며 수년간 북한에서 메스암페타민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메스암페타민 중 상당량이 현금 확보를 위해 해외로 수출되고 있고 북한 내에서 소비되는 메스암페타민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마약이 전염병처럼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압류된 메스암페타민 알약은 2억2천700만 정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59%나 늘어난 규모다.

한편 이번 수사는 미 연방검찰이 지난 9월 공개한 마약 조직 수사의 일환이다.

당시 검찰은 청부살인 및 마약 밀수를 모의한 혐의로 미국과 유럽의 퇴역 군인 일당을 기소했다.

DEA는 함정 수사를 통해 일명 '람보'라고 불리는 육군 저격수 교관 출신의 조지프 헌터를 비롯한 4명을 붙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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