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규제 시행 후 1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과 영세상인들이 실질적 혜택을 보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규제 전 시장에 진입한 중대형 규모의 점포 운영자들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 국내 대형 점포들이 규제를 받는 동안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규제할 수 없는 외국계 업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애먼 소비자와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던 영세 납품업자, 농민, 매장 직원 등의 또 다른 약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가 강화되자 대형 유통업체들은 신규채용계획을 철회하는 등 고용창출에 적극적이지 않고 민간소비만 위축시키고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다. 물론 영세상인이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영세상인을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미시적 정책'도 필요하다. 대형 유통점과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중소유통업체의 조직화ㆍ협업화에 기반을 둔 공동구매, 상품개발, 판매촉진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 소매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공급해 주고 수하ㆍ배송ㆍ보관ㆍ유통ㆍ가공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종합 도매업체를 육성해 중소유통업체 간의 자발적 체인형성 효과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유통산업의 문제는 대형유통업자와 영세유통업자의 이해관계만 해결하면 되는 2차 방정식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3차ㆍ4차 방정식이다. 지금처럼 '규제' 일변도의 해법으로는 2차방정식 조차 제대로 풀 수 없다. 3차ㆍ4차 방정식을 풀기 위한 냉철한 머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sshun@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