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후 26일이 분수령…與野 전략은?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여야 대치정국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여부를 놓고 더욱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제를 둘러싼 정쟁(政爭)은 1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이고, 청와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대로 가다간 연내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다.

정쟁에서 비껴날 여야의 퇴로(退路)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여야는 서로 다른 셈법으로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25일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계속되는 민주당의 특검 주장에 '무용론'으로 맞설 계획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대선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의 엄정한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면서 특검 무용론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 예산과 결산 처리를 강하게 촉구하면서 민주당에 '발목 잡는 야당'의 이미지를 씌우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인 안종범 정책위부의장은 지난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의 보이콧으로 사상 초유의 준예산을 편성할 상황"이라며 "준예산 사태의 피해는 서민이 떠안게 된다"고 야당을 압박한 바 있다.

민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삼아 특검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결국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집중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원내 관계자는 "준예산 편성 피해자는 상대적 약자들"이라며 "우리가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까지 수용하겠다며 국회 정상화를 요구했는데도 민주당이 거부했다. 명분싸움에서 밀리는 쪽은 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다음달이 정부·여당의 기세를 꺾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축소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전방위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에 직면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특검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글과 함께 검찰이 미국 트위터 본사에 자료를 요청한 국정원 트위터 계정 402개 및 포털 사이트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특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대정부질문이 끝나고 26일부터 열리는 상임위원회 등 의사일정에 전면 참여하는 동시에 특검을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검의 불가피론을 설명하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한편 '일하는 국회' 이미지를 살려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 '보이콧'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도부의 미온적인 태도로는 특검을 관철시킬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서울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대정부질문 이후 어떻게 투쟁을 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연말에 거리에 나앉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특검에 대한) 공개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까지 정국을 이끌어갈 동략이 마뜩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이유다. 그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지도부의 '냉온' 전략도 의원 및 당원들의 피로감을 더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트위터 정치개입 글이 추가로 발견됐을 때 가두행진을 갔다가 정작 본회의는 참석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며 "지금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의원이 과반 이상이다. 조만간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야의 기류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의 마지막 시선은 청와대에 쏠려 있다.

청와대가 야당의 동의 없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강창희 국회의장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직권상정할 경우에도 여야 경색국면은 더 심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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