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 핵문제의 성격이 조금은 다르고, 아직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부정적 요인보다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북핵문제 해결 긍정 영향 가능성…美, 북한으로 시선 돌릴 수도"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10년을 넘게 끌어온 이란 핵문제에 관해 국제사회가 이란과 첫 번째 합의를 함에 따라 중단된 북핵 협상도 어떤 식으로든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많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 미국과 중국의 해결 의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북한 지도부의 근본적 결단을 끌어내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욕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란핵 문제에 큰 진전을 이끌어 낸 미국이 북핵 문제를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볼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최근까지 이란과 시리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데다 지난해 2·29 북미합의 파기의 '트라우마'로 섣불리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정안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제 북핵 문제에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란 핵문제 협상을 일단 타결한 김에 북핵문제 해결에도 다시 속도를 붙이자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제기될 수 있다.
동시에 대북 제재론자들은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이 이란 지도부의 전략적인 결단을 끌어냈다고 보고 한층 강화된 대북제재의 실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이란 핵협상과 북핵 협상을 같은 연장선상에서 놓고 이야기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 北 즉각적 태도변화 기대는 난망…장기적으로는 긍정 변수 작용
북한 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는 상태다.
여러차례 합의사항을 파기한 북한에 대해 한·미·일 3국은 6자회담 재개 전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 타결이 당장 북한의 태도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 매체는 이란 핵협상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으면서 6자회담 재개에 관련해 서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거부하면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줄곧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 타결이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도 핵 문제에서 미국과 맞서는 동지였던 이란이 대화로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함에 따라 과거보다 핵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핵협상 타결이 북한한테 더 큰 압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상당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혼자 남은 북한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북한이 협상에 나올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