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 재무-외무부 구내 부분 점거

태국에서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 시위로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25일 시위대 일부가 재무부와 외무부 구내 일부를 점거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끄는 시위대 수백 명은 이날 오후 재무부 구내 예산국 청사 1층을 점거했으며, 또다른 시위대 수백∼1천여명이 외무부 구내 일부를 점거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등 야권과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반대하는 반정부 단체들은 24일 오후부터 방콕에서 10만여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밤을 넘기고 나서 25일 아침부터 정부 청사, 군 관련 시설, 방송국 등 13개 주요 지점으로 행진을 벌였다.

이중 시위 지도자인 수텝 타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시위대가 재무부 예산국 청사를 점거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국민의 힘을 보여주라"며 시위대의 청사 점거를 주도하는 한편 청사 기물을 파손하지 말고 평화적인 점거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다른 시위대는 외무부 출입문을 무너뜨린 뒤 구내로 진입했으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으며, 근무 중인 공무원들에게 퇴근을 종용했다.

이들 시위대는 공무원들이 업무를 계속하지 못하도록 전기 공급을 끊기도 했으며, 공무원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호루라기를 불기도 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시위대 수백 명은 총리실 공보부로 행진해 청사 밖 도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청사 진입을 제지하지 않아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폭력 사태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시위대의 정부 청사 점거는 잉락 총리 정부의 마비를 초래하기 위한 것으로 수텝 전 부총리는 정부의 작동을 중지시킴으로써 잉락 총리의 퇴진을 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일부 시위대는 육군 본부로 행진했으며, 군에 시위대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은 그러나 25일 반 정부 시위 규모는 전날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4일 10만 명 가까이에 이르렀던 시위대는 25일 2천500∼3천 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날 여러 군데서 벌어진 시위와 행진으로 인해 가뜩이나 체증이 심한 방콕 시내 교통이 곳곳에서 마비되거나 큰 혼잡을 빚었다.

잉락 총리는 시위대의 정부 청사 점거에 대해 시위대가 정부 사무실을 점거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신인도에 손상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독일 기자 1명이 반 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시위대의 자체 경호원으로부터 안면을 심하게 구타당했으나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야권은 잉락 총리가 퇴진하고, 그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 세력을 근절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경고 중이다.

야권과 반 탁신 시민단체 등은 집권 여당과 정부가 탁신 전 총리 사면을 초래할 수 있는 포괄적 정치사면을 추진하자 이달 초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야권은 사면법안이 부결된 뒤에도 잉락 총리 정부의 퇴진을 겨냥해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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