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부 물품 대부분이 쌀과 김치 일색이어서 이웃 돕기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소득층 가정이 밀집해 있는 부산시 내 영구 임대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로부터 한 번에 한 트럭 가득 쌀을 구매해가는 소매상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독거노인과 기초생활 수급자 등 대부분 취약계층인 입주민들은 교회와 사회단체를 비롯한 이곳저곳에서 기부한 쌀을 동 주민센터를 통해 지원받는데, 자신이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아 다시 내다 팔거나 다른 잡곡 등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모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김모(61) 할아버지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려는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올해 초 지원받은 쌀만 50㎏이 넘어 다 못 먹었다"며 "어쩔 수 없이 쌀을 내다 팔기도 하는데 소매상인들이 제값을 쳐주지 않아 손해 보기 일쑤"라고 말했다.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복지 수급자들은 정부양곡 할인지원 대상으로 평소에도 정부양곡 판매 가격의 50% 수준에서 정부미를 살 수 있어 사실 쌀 걱정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제 돈 주고 사야하는 반찬류나 의류, 세제와 휴지 등 생필품들이 아쉬운데,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물품 중 항상 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김치 역시 연말연시에만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데, 부산 사하구의 경우 올겨울 예정된 이웃돕기 행사 26건 중 무려 22건이 김치 나눠주기 이다.
인근 강서구도 현재까지 이웃돕기 참여 의사를 밝힌 13개 단체 중 12개 팀이 김장담그기에 몰렸고, 서구도 기부에 나설 26개 단체 중 16개 팀이 김치, 나머지는 쌀과 연탄 전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관상의 이유로 김치를 버리는 경우 마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영구 아파트에서만 십수 년을 살아온 이모(65.여) 할머니는 "쌀은 그나마 보관하기 좋아 떡이라도 해먹든지 아님 내다 팔기도 하지만, 김치는 그렇지도 못한다"며 "차라리 같은 값의 난방비를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쌀과 김치 일색의 연말연시 기부 관행이 실제 소외계층을 돕는데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도움을 받는 이들의 필요에 초점을 맞춘 '맞춤식 기부'로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