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호랑이' 죽여, 살려? 사육사 문 호랑이 生死 '갑론을박'

국내 동물원 개원 역사상 100여 년 만에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물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호랑이의 사살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사건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18분 경, 사육사들이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4)를 우리 안으로 유도하려다 발생했다.

호랑이는 우리 밖의 통로 근처에 앉아있었고, 이를 목격한 사육사들은 우리로 유도 작업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육사 심모(54) 씨가 호랑이에게 목을 물려 대동맥, 경추 골절 등에 중상을 입은 것.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심 씨의 의식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이후 25일에 열린 서울대공원 측의 브리핑에 따르면 사육사 심 씨는 26년 동안 곤충관에서 근무한 곤충전문가였으며 사고 당시 2인 1조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맹수사임에도 불구, 따로 전문 직무 교육과정없이 선임 근무자에게 구두로만 직무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동물원 호랑이 사고가 '총체적 인재'임이 드러났지만 일각에서는 호랑이를 사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들은 즉시 사살하지는 못했어도, 지금이라도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호랑이는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네티즌들은 "언제 맹수성이 깨어나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지 모르는데 저런 호랑이를 살리는 건 말도 안 된다", "외국에서도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호랑이는 몇 번 죽인 사례가 있다. 관람객들 안전이나 사육사들 안전이 우선 아닌가", "호랑이가 큰 자산이고 희귀한 동물인 건 맞지만 사람을 해친 호랑이는 관람대상이 될 수 없고,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사고가 '인재'임을 강조하며 '호랑이 사살'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사육사도 동물원도 호랑이가 맹수임에도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애꿎은 호랑이를 죽이자는 소리가 왜 나오나?", "야생 호랑이의 본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제대로 관리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호랑이 탓으로 돌리지 마라", "사람이 야생에서 살고 싶은 호랑이 동물원에 끌고 왔으면 책임지고 교육을 잘 시켜야지. 본능이 깨어났다고 죽이는 건 말도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2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호랑이의 맹수의 본능이 있기 때문에 호랑이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안전수칙을 잘 못 지킨 사육사 부분의 잘못이 있어 호랑이에게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또 사고의 재발에 대해서도 "항상 노리는 것은 호랑이의 본능"이라면서 "오래된 사육사건 얼마 안 된 사육사건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적으로 본다"고 말해 동물원 안전관리 강화가 사고 재발 방지의 관건임을 암시했다.

사육사를 공격한 호랑이 '로스토프'는 지난 2011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당시 총리)이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 중 수컷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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