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초등학교 1~2학년·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삽화·사진·참고자료 등을 점검한 결과 이같이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교육과학기술부, 지학사, 천재교육 등의 일부 교과서 내용 중에는 △학습 내용을 가르치는 주체는 남성으로, 가르침을 받는 주체는 여성으로 설정 △가사나 출산·양육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여성만 등장 △정치·경제 영역 관련 삽화 주인공은 남성에 치중하는 등 남녀 차별적인 설정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초등학교 가족 교과서는 다문화 가정을 소개하면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만 기술해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관점을 조장했다고 지적됐다.
천재교육 중학교 사회 교과서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비장애인'이라는 단어 대신에 '일반인'으로 표현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학사 중학교 사회 교과서는 '현실에 불만이 많고 고민이 많은 청소년일수록 스타에 집착하는 정도가 강하다'라고 언급, 팬덤 문화 및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천재교육 중학교 체육 교과서가 성희롱 예방법 중 하나로 '노출이 심하거나 자극적인 옷을 입지 않는 것'을 든 것에 대해서는 성희롱 발생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재교육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는 결혼한 여성과 10대 청소년의 임신 사례를 비교하며 '누가 더 행복한 임신을 했는가'라고 묻기도 해 10대 미혼모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인권위는 "이번 모니터링 대상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돼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교과서들"이라며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교과서 제작을 위해 지적된 사례들은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