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연기로 꽉 찼다"…구로 화재 생존자 증언

지상 3층까지 올라갔다 다시 지하 3층 내려가 비상구 찾아 '구사일생'

26일 발생한 구로디지털단지 공사현장 화재에서 연기를 흡입하는 등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CBS 이대희 기자)
26일 발생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공사 현장 화재 생존자들은 "순식간에 공사장이 연기로 꽉 찼다"며 아찔한 순간을 증언했다.


화재 당시 지하 3층에서 전기 공사를 하던 신성호(40) 씨는 "관리자가 '불이야!'라고 소리를 질러 급히 대피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지하 3층에서 일단 피하려고 무조건 올라가다 보니 30~40여 명이 지상 3층까지 올라갔다"면서 "하지만 지상 3층에는 이미 연기가 꽉 차서 대피할 곳이 없었다"며 끔찍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평소 안전교육에서 작업장마다 화재시 대피요령이나 계단 위치를 교육받는다"면서 "하지만 막상 불이 나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고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이대로는 잘못돼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동료 하나가 '구조를 잘 아는 지하 3층에 다시 내려가서 대피하자'고 제안해 손전등 하나로 더듬어 결국 탈출할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하 1층에서 석공일을 하던 이천호(46) 씨는 지상 2층으로 대피했다가 출구를 찾지 못하다가 승강기 구조물을 잡고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이 씨는 "사람들이 우르르 지하로 내려가 따라가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상으로 올라갔다"면서 "승강기를 작동시켜 탈출하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아 승강기 구조물을 타고 기어서 탈출했다"고 말했다.

지상에서 일하던 김해룡(41) 씨는 순식간에 퍼진 연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는 "벽에 타일을 붙이고 있는데 갑자기 연기가 올라왔다"면서 "순식간에 연기가 퍼져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서 작업을 준비 중이던 정태성(40) 씨는 "연기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찡그렸다.

정 씨는 "탈출구는 보이는데 연기가 차서 탈출하기가 힘들었다"면서 "누군가 '불이야'라고 소리쳐 정신 없이 빠져나온 것 이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는데 무사히 탈출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낮 1시 37분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디지털단지 지밸리비즈플라자 상가동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0여 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인부 허모(60) 씨 등 2명이 숨지고 9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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