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석화와 같은 당국의 대응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여당과 각을 세우던 민주당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이날 "대선개입 사건이라는 부정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국론 분열세력이지 그들의 국기문란을 비판하는 사람이 어떻게 분열세력이냐"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미사에서 한 이야기를 가지고 종교의 자유를 속박하는 예는 없었다"고도 했다.
은수미 의원은 "국회와 교회를 무시하는 것은 북한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공통점이다. 한 사람의 사제를 죽이려고 정부와 여당이 달려드는 것은 역사적으로 심각한 불행이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전투이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의원은 4공화국 유신정권을 빗대 '4공(공안, 공작, 공포, 공멸) 회귀 정치'라고 표현했다.
공안정국은 정의구현사제단 수사 이전에 통합진보당 및 전교조 해산 시도, 공무원노조 수사 등에서도 이미 예고가 됐었다.
각각의 이유를 갖춘 적법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공안 사건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하나의 지향점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청와대의 정무라인이 죽은 틈을 국정원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과도한 공안몰이로 청와대의 판단이 흐려졌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나 공안정국을 조성해서 통치한 정권 치고 성공한 정권이 없었다며"며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씨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 정권은 아무래도 공안에서 시작해 공안으로 끝날 것 같다. 좀 수세에 몰릴 듯 싶으면 그저 종북 딱지나 붙여서 빠져나가려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경제 살리고 국민통합한다더니 그저 반대파 죽이기에만 열을 내네. 하지만 잠시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순 없는 법"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공안정국 조성의 배경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집권여당이 선거개입 사건 초기 호미로 막을 일을 실기해서 이젠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공안정국을 조성하기에까지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당직자는 "새누리당은 사건 초기 국정원에게 사건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정원 2차장을 지낸 김회선 의원조차도 사태 파악을 못했다. 그러다 양파껍질처럼 하나하나 문제가 벗겨지면서 문제 해결 시점을 놓친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나중에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당이 자꾸 본질을 덮어놓고 공안정국이라는 미봉으로 일관하면 할수록 나중에 박 대통령이 져야할 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철수 의원의 이날 성명도 이 같은 지적과 공명하고 있다.
그는 "정부 여당은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하기는커녕 이석기 의원의 수사를 빌미로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고 급기야 종교인들까지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국정원 등의 선거개입 사건의 진실은 재판을 통해 조만간 규명될 것"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사제단에 대해 과잉대응을 하는 것은 사건 수습국면에서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