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소식 없는 '하늘 주유소'

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작전을 펴다가 기지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연료만 남으면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멈추고 돌아가야 한다. 하늘에 주차하고 연료를 가지러 갈 순 없지 않은가. 바로 이때 '하늘의 주유소'인 공중급유기가 있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1941년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기습을 받은 미국은 일본본토를 폭격할 계획을 세운다. 두리틀 중령이 이끄는 80명의 대원들은 B-25폭격기 16대를 실은 항공모함과 함께 출항한다. 일본 감시선에 발각돼 예정보다 300㎞ 더 먼 거리에서 이륙한 특공대원들은 일본의 심장부에 성공적인 폭격을 가했지만 탈출 도중 연료가 바닥나는 상황에 이른다.

간신히 동중국해에 다다른 폭격기들은 해안에 불시착하거나 항공기를 버리고 낙하산을 이용해 탈출했다. 그러나 그 결과 3명의 대원이 작전 중 사망하고, 8명의 대원은 일본에 체포돼 처형되거나 옥살이를 하는 등 비운을 맞는다.

영화 '에어포스 원'을 보면, 주인공이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연료를 모두 버린다. 이를 알게 된 테러리스트들은 정부를 협박해 공중급유를 요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공중급유기가 날아와 비행 중 연료를 채워준다. 연료를 다시 채운 항공기는 아무 이상 없이 비행을 계속한다. 실제로 얼마 전 알래스카의 'Red Flag' 훈련에 참가한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는 미국 공군의 공중 급유기를 이용해 약 7200㎞ 거리를 논스톱으로 비행했다.

우리 공군의 주력기종 중 하나인 KF-16은 독도 거리(서울에서 430㎞)만 가도 발진 기지와 무장 정도에 따라서 전투 임무 가능 시간이 5~20분으로 한정된다. 북한은 물론 우리 주변국인 일본ㆍ중국ㆍ러시아도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적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공군은 영공수호를 위한 충분한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귀환을 위한 연료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리나라 전투기는 현재 430여대가 있다. 4세대 이상(The Scoop 통권 65호 '전투기에도 세대가 있다' 참조) KF-16, F-15K 주력전투기가 220여대, 구형 3세대 전투기인 F-5, F-4 전투기가 200여대나 된다. 그런데 이들이 활동하는 하늘에는 '주유소'가 하나도 없다.


공군 작전능력 공중급유기에 달려

작전을 펴다가 기지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연료만 남으면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멈추고 돌아가야 한다. 하늘에 주차하고 연료를 가지러 갈 순 없지 않은가. 바로 이때 하늘의 주유소인 공중급유기가 있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단 몇분이면 공중급유를 마치고 전장으로 돌진해 임무를 완수하고 R2B(Return To Baseㆍ원대 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9월 한국항공우주학회와 한국국방안포럼이 제19전투비행단에서 개최한 '공군 항공력 증강방안 세미나'에선 미국 보잉사의 'KC -46'과 유럽 EAD사의 'MRTT A330'이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기 후보 기종으로 제시됐다. 우리 공군이 시급히 도입해야 할 '공중급유기'는 연료만 싣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비교적 대형 기체인 A330-MRTT의 경우 111t을 급유할 수 있는 저장고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45t의 화물이나 380명의 인력을 수송할 수 있다. 제트여객기를 베이스로 한 다목적 공중급유기의 속도는 C-130의 1.5배 이상이다. G8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외국에 우리 군을 파견하거나 특별 사안이 발생해 해외체류 중인 자국민을 본국으로 복귀시킬 경우 우리 군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투기가 400대 넘는 나라임에도 공중 급유기가 한대도 없다는 것은 창피한 얘기이다. 이 문제가 1993년 12월 최초 제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올해까지 11차례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공중급유기 보유가 늦춰지고 있어서다.

이제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만큼 차기전투기 도입(FX 3차 사업)처럼 도입대수와 금액을 정해놓고 재검토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것이다. 우리 공군이 원하고 국익에 가장 우선하는 기종을 적시적기에 들여와 국가안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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