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 2사단 잔류' 후폭풍…동두천과 평택은?

박주선, "'미 2사단 잔류' 국회 비준동의 받아야"
'미 2사단 잔류'에 동두천 등 해당지역 강하게 반발

커디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25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국방부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주한미군사령부)
커디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경기 북부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의 잔류 방침을 공식 언급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25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좀 더 효율적인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군의) 한강 이북 잔류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1구역이라고 부르는 한강 이북에 작전 측면에서 어느 정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군이 2사단의 경기 북부지역 잔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은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와 의정부의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미 2사단 핵심기지들을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고 한미 연합사단 형태로 계속 주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2011년 7월 이전에 이미 합의 … 한미 '밀실합의' 사실로 드러나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CBS노컷뉴스는 "한미 양국 정부가 비밀리에 경기 북부지역 미 2사단 주요 기지들의 이전시기를 2019년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밀실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CBS노컷뉴스 2013년 10월 14일 자 [단독] "미군기지 이전 2019년 이후로" … 한미 밀실합의?)

CBS노컷뉴스는 단독 입수한 2012년과 2013년의 '미 육군 환경 복원 예산 계획 보고서'를 근거로 이 같이 보도했다.

2013년 '미 육군 환경 복원 예산 계획 보고서'
이 보고서에는 서울 용산기지와 대구기지, 캠프 험프리(평택)뿐만 아니라 미 2사단 핵심 기지인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와 의정부의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5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정화 예산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캠프 케이시와 캠프 레드클라우드의 정화예산을 2019년 이후까지 책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육군은 미 국방부 환경정화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은 기지들에 대해 2011년 7월 환경정화전략계획(AECSP)을 처음으로 수립한 뒤 2012년부터 자체적으로 환경 정화 예산을 책정해 오고 있다. 주한미군기지들을 비롯한 해외주둔기지들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캠프 케이시와 캠프 레드클라우드의 '이전시기 연기' 또는 '계속 주둔'에 대해 적어도 2011년 7월 이전에 이미 '밀실합의'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미 2사단 잔류는 LPP 협정 개정 사안"

한미 양국 정부의 이 같은 '미 2사단 잔류' 움직임과 관련해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은 27일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밝힌 바와 같이 주한미군이 한강 이북에 앞으로도 계속 주둔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LPP(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협정의 개정 사안으로, 국회의 비준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0년 2월 주한미군기지의 통폐합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2002년 3월 LPP 협정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0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LPP 협정이 발효된 직후부터 한미 간에 미 2사단 재배치 논의가 시작돼, 발효된 지 불과 7개월만인 2003년 5월 2사단 재배치에 관한 원칙에 합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YRP(용산기지이전계획·Yongsan Relocation Plan) 협정과 함께 2004년 12월 국회의 비준동의를 다시 받았다.

동두천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 정문. (사진=다음 지도 캡처)
2004년 12월의 LPP 개정 협정에 따라 한미 양국은 반환 대상 기지 목록에 캠프 캐슬과 케이시, 호비, 레드클라우드, 스탠리, 잭슨 등 6개 기지를 새로 추가하고, 캠프 롱은 당초 일부반환에서 전체반환으로 변경했다.

특히 정부는 2004년 LPP 개정 협정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2002년 LPP 협정에서는 신규 토지공여 규모가 총 155만평이었으나, LPP 개정안에서는 미 2사단의 평택지역 이전으로 인하여 현행보다 157만평 증가된 312만평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박주선 의원은 "이처럼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한강 이북의 미군기지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당연히 LPP 협정을 다시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두천시의회 "미 2사단 일방적 재배치 계획 철회하라"

동두천시의회가 2013년 11월 19일 대구를 방문해 '동두천 미군기지 무상양여' 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동두천시의회)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2사단 핵심 기지들의 경기 북부 지역 잔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고 나온 데 대해 동두천 등 해당 지역 주민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미군기지 이전 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온 동두천시의회는 26일 '한미 연합사단 창설부대 동두천 주둔 반대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미 2사단 일방적 재배치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동두천시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미연합사령관의 한미 연합사단 창설과 한수 이북 주둔 발언에 대해 10만 동두천 시민은 극심한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며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도 "한미 양국 정부 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 2사단을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는 국가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2사단 잔류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 연기 문제 등과도 맞물려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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