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계와 외교가에서 전례가 없는 이 소동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밤 수도 앙카라에 있는 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벌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부인인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가 주터키 일본대사에 이어 연단에 오르자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카메르 겐치 의원이 연설을 저지하고 나섰다.
겐치 의원은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거기서 말을 하고 있느냐"며 여러 차례 고함을 치면서 연단으로 다가가려 하자 에르도안 여사의 경호원들이 그를 떼밀었다.
이에 겐치 의원은 "나는 국회의원이다. 건드리지 마라"며 경호원들과 승강이를 벌였고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도 나서 "무례하게 행동하지 마라"며 겐치 의원을 밀치는 등 1분 정도 소동을 벌였다.
겐치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리셉션에 이을드즈 장관도 있는데 왜 에미네 에르도안이 터키 정부를 대표해서 연설하느냐고 물었는데 경호원과 이을드즈 장관이 나에게 달려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동이 벌어지자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일제히 맹비난하고 나섰다.
의회에서는 28일에도 정의개발당 의원과 제밀 치첵 국회의장 등이 외국공관이 초대한 자리에서 총리부인에게 고함을 치며 소동을 빚은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공세를 폈다.
이을드즈 장관은 이날 기자들이 당시 상황을 질문하자 "겐치 의원은 이제 자살폭탄이 됐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으며 정의개발당의 여성 당원들은 공화인민당 당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파트마 샤힌 가족사회정책부 장관은 "일본 대사관에서 에르도안 여사에게 연설을 부탁한 것"이라며 "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인민당 할루크 코치 의원은 겐치 의원의 행동은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총리부인이 정부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코치 의원은 "대사관 리셉션에서는 참석한 정부 관리 가운데 가장 높은 관리가 정부를 대표해 연설하는 것이 관례"라며 "당시 장관 2명이 참석했는데도 총리 부인이 연설한 것은 항의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대사관저는 일본의 영토로 간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인데 터키 경호원이 의원을 저지하는 행동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