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모두 22개 팀. 이 상은 환경재단이 네티즌과 환경재단 후원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민추천공모를 통해 대상자를 추천받고 예심, 본심을 거쳐 선정한다. 시상식은 12월 12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다.
▲119안전센터 소방관 고 김성욱 소방위
지난 8월 해남소방서 완도 119안전센터 소속이던 김성욱(50·소방위) 소방관은 휴가철을 맞이해 물놀이 사고 해상사고가 잇따르자 휴일도 반납하고 고된 근무를 계속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한편 그 무렵에는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서도 두꺼운 소방복을 입고 5시간 넘게 화재진압 작업을 하던 김윤섭(33·소방교) 소방관이 과로와 복사열에 의해 탈진해 역시 숨지고 말았다.)
지난 4월 25일 새벽, 우정사업본부에 근무하는 윤봉규(35) 씨는 경기도 의정부역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가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나는 강도를 목격하고 뒤쫓았다. 몸싸움 끝에 강도를 붙잡았고 강도는 머리를 부딪쳐 부상을 입었다. 그 후 피의자는 판단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으로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음이 밝혀졌고 윤봉규 씨는 병원비를 마련 못하고 있는 피의자의 어머니에게 치료비로 써달라며 포상금을 전달했다. 사건 당시 윤봉규 씨도 목디스크 증세로 휴직하고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삼성생명 생명의 다리 캠페인
서울 마포대교에 가면 난간에 사진과 함께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3년 전 걱정 기억나? 지금 걱정도 곧 그렇게 될 거야.’
‘아들의 첫 영웅이고 딸의 첫사랑인 사람, 아내의 믿음인 사람, 당신은 아빠입니다.’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이벤트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자살방지용 사진과 문구이다. 자살률 1위로 꼽혀 자살대교라 불리던 마포대교는 이 캠페인 이후 자살률이 85%나 줄어 요즘은 ‘생명의 다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불법 포획돼 서울과 제주의 수족관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된 국제보호종 남방 큰돌고래 ‘제돌이’도 수상자가 됐다. 11월 25일이 방류된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여름 제주시 구좌읍 앞바다에서 다른 돌고래들과 먹이 사냥을 하던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발견됐다. 등지느러미에 숫자가 적혀 있어 식별할 수 있다.
▲동춘서커스단
1925년 5월 15일 창단된 이후 88년째 연중무휴 공연을 펼치며 우리나라 서커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서커스단. 현재 동춘서커스단은 사회적기업이다. 2006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가 선정하는 문화·예술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가했고 2009년 예비사회적 기업을 거쳐 지난해 12월에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0년부터 전국의 복지관, 보육시설, 병원, 전통시장 등 지리적 여건이나 경제적 이유로 문화혜택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취약계층, 노인, 장애인들을 찾아다니며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다.
서커스단에는 장애인, 장기실직자, 노인 등 취약계층 13명이 일하고 있다. 마술사, 저글링 곡예사, 조명 스태프, 주차관리요원 등으로 일하는데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이다.
◈ 저마다의 가슴에 등불 하나씩
기자수첩이 알리고 싶은 2013년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을 소개하자면 단연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지난 10월 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는 이주민 무료급식소가 불에 타버렸다. 불을 지른 사람은 중국동포였는데 한국에 기술교육을 받으러 왔다고 여권과 돈을 잃고 불법체류자가 되어 떠돌다 무료급식소 쉼터에 머물던 사람이다. 고생하다보니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상태에서 불을 지르고 자신도 제때 빠져 나오지 못해 중상을 입었다.
김 목사는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그의 병실로 찾아가 ‘다 용서했으니 제발 살아나 달라’고 애원했으나 그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부인과 이혼해 12살 아들과 4살 딸을 둔 가장이었기에 병원비 장례비를 구할 수도 없어 김해성 목사와 지구촌사랑나눔 가족들이 병원비와 장례비를 대신 치렀다. 그리고 아이들이 오갈 곳 없다면 한국에서 공부시키고 키울 테니 데리고 오라고 친척들에게 부탁했다.
미국의 정치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필라델피아에서 어두워지면 등불을 켜서 대문 밖 선반 위에 놓아두었다. 사람들은 집안에 두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으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캄캄한 밤길에도 그 집 앞에서만은 안심하고 발을 디딜 수 있었고 멀리서도 등불을 길잡이로 삼을 수 있었다. 주민들이 너도나도 하나씩 등불을 밝혀 내걸면서 도시의 밤이 환해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 가로등의 시작이었다.
마더 테레사의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단지 한사람만을 껴안으면 됩니다”라는 말처럼 세상을 밝히는 일도 모두가 내 안에 하나의 등불을 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