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계를 통해 환자의 보호자인 남편과 의대생 쓰레기(정우 분)의 운명적인 엇갈림을 그린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큰 여운을 줬다.
본편에서는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정성껏 진료해준 쓰레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쓰레기가 자신과 같은 시계를 찬 것을 신기해하며 “그 시계 어디서 샀느냐? 이거 남들이 잘 안 차는 시계인데, 감각이 있다”고 칭찬을 한다.
그 후, 남편은 환자인 아내가 좋아하는 만두를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사고를 당해 주검으로 돌아오고, 응급환자를 받던 쓰레기는 아비규환 속에서 남편의 멈춰진 시계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시계는 삼풍백화점 사고 시간인 오후 5시 57분에 멈춰있는 반면, 형에게 선물 받은 쓰레기의 시계는 오후 7시 20분을 지나 계속 흘러가고 있다.
같은 모델의 시계를 차고 동질감을 느꼈던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운명은 참담한 역사적 사건 속에 그 방향을 달리한 것이다.
이러한 반전 속에 슬픔 어린 여운과 감동을 남긴 스토리가 화제가 되면서, 쓰레기와 남편이 찬 시계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본 시계는 1892년 미국에서 최초 제조되어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120년 전통의 잉거솔의 ‘티피(Tipi) IN2709RG’ 모델로 밝혀졌다.
‘티피(Tipi) IN2709RG’ 모델은 극중에서 환자 남편이 “이거 남들 잘 안하는 시계인데?”라고 했던 말처럼, 시계 내부 장치가 보이는 독특하고 고급스런 디자인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한 번 태엽을 감으면 손목의 움직임에 의해 저절로 태엽이 감겨져 평생 배터리가 필요 없는 기계식 시계란 것도 특색이다.
그 당시 흔하지 않았던 시계 중, 특히 역사가 깊은 기계식 시계를 선택하여 드라마의 감동과 여운을 더욱 깊게 남기며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한 제작진의 재치가 한층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