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된 표정으로 국장실 앞을 서성이던 건장한 체구의 남성 5~6명은 잔뜩 몸을 움츠리고 의회사무국장실을 빠져나온 작은 체구의 50대 남성을 단숨에 에워싸고는 50m 남짓 떨어진 제1위원회 실까지 그를 안내했다.
물샐틈 없는 철벽 경호를 받은 주인공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 열람하고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초구청 조이제(54) 행정지원 국장.
조 국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모 행정관의 요청으로 조 국장이 가족관계등록를 불법 열람한 사실이 알려져 행정지원국장실 앞에 취재진이 몰려들자 자신의 집무실도 아닌 사무국장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의회 일정 소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몸을 숨기고 있던 장소를 옮겨야 하게 되자 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조 국장에 대한 경호에 나선 것이다.
이날 낮 12시10분쯤 의회 일정이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구청 공무원 십 수 명이 조 국장에 대한 엄호에 나섰고, 구청 공무원들은 조 국장을 2-3겹으로 에워싸며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 시작했다.
조 국장에 대해 질문을 하는 취재진을 양팔로 밀어낸 공무원들은, 조 국장이 지나간 복도와 계단을 온몸으로 막으며 조 국장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조 국장을 따라나선 기자들의 팔을 꺾거나 촬영용 카메라를 밀치는 등 완력을 행사하면서 현장에 격앙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조 국장에 대한 경호를 벌이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서초구청 이재진 홍보팀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조 국장에 대한 경호를 지시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을 동원한 경호에 대한 답변을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장운기 홍보과장은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지 말라며 촬영용 카메라를 치는가 하면 취재진에게 자신을 촬영하지 말라며 반말로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장 과장은 "취재진에 밀려서 카메라가 손에 닿았을 뿐 카메라를 손으로 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영수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 채군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에 관여한 조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화조사하고 앞선 20일 조 국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조사에서 조 국장은 개인정보 불법 열람 및 유출 사실을 인정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비서관이 책임자로 있는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행정관이 개인정보 불법 열람 등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