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국제기구본부, GCF 출범...당분간 '속 빈 강정'

신기후체제 핵심 기구로 성장 기대...재원 불안이 가장 큰 문제

우리나라에 최초로 국제기구 본부가 들어선다. 4일 인천 송도에서 문을 여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녹색기후기금(GCF)은 2020년 이후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이른바 '신기후체제'를 이끌어가기 위한 핵심 기구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의 재원 공여로 기금을 마련한 뒤, 기후변화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개도국들에게 기금을 지원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돕게 된다.

GCF는 2020년까지 1천억 달러의 기금을 마련하고, 그 이후에는 해마다 1천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어서, 계획대로라면 GCF는 지금의 세계은행그룹(WBG)보다 더 큰 규모의 국제기구로 성장할 전망이다.

◈ 최초의 본부급 국제기구... 높아진 한국 위상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기후변화 분야의 본부급 국제기구가 우리나라에 들어서는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재원, 이른바 '기후재원' 논의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국제사회에서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용이해지고, 국제회의 개최 등에 따른 연관 산업의 발전도 기대된다.

헬라 쉬르로흐(Héla Cheikhrouhou) GCF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한국이야 말로 생동감 넘치는 국가이며. 녹색성장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입지로서 적합하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 '빈 조개껍질'이냐 '제2의 세계은행'이냐

문제는 GCF가 계획한대로 선진국들이 선뜻 1천만불에 달하는 거액의 재원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GCF 사무국이 출범하는 이날까지도 재원 공여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나라는 유치국인 한국이 유일하다.

국제사회로부터 GCF가 '빈 조개껍데기'(Empty Shell)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현재 GCF에는 2012년까지 조성해 놓은 3백억 달러의 사전 기금과 한국이 내놓기로 약속한 4천만 달러가 전부다. 2020년까지 목표인 1천억 달러에는 여전히 못미치는 액수다.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1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9)에서 노르웨이, 영국, 독일, 스웨덴 등이 GCF의 재원 공여 의사를 표명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정확한 공여 액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GCF를 비롯한 기후변화 재원조성 논의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제안한 내년 9월 UN 기후 정상회의에서야 본격화 될 전망이다. GCF가 당분간은 재원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최초로 설치된 본부급 국제기구가 '빈 조개껍데기' 신세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신기후체제를 이끄는 '제2의 세계은행'이 될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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