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제작자 "송강호 '하겠다' 문자에 눈물 왈칵"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 "아티스트 인생 큰 획"…양 극단 인물 하나로 잇는 연기력 절정

배우 송강호(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18일 개봉하는 영화 '변호인'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좇던 한 소시민이 부조리한 사회의 민낯을 접하고는, 법과 윤리라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려 애쓰는 이타적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 중심에는 극중 1980년대를 사는, 가방끈 짧은데다 빽도 돈도 없는 세무 변호사 송우석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46)가 있다.
 
올해에만 이미 '설국열차'와 '관상' 두 작품에서만 1840만여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그다.
 
영화 변호인에서의 송강호는 양 극단에 있는 캐릭터를 무척이나 견고한 연결고리로 이어내는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으니까 데모질이나 한다"고 질책하던 인물이, 부당한 공권력의 희생양이 된 대학생들 곁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명해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남다른 설득력을 불어넣는 까닭이다.
 
촬영장에서 이러한 송강호의 연기를 빠짐없이 지켜본 변호인의 제작사 위더스필름㈜ 최재원(46) 대표는 "이번에 송강호의 연기를 보면서 그가 존중받아야 할 아티스트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3일 저녁 서울 신사동에 있는 위더스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송강호의 연기로 우석이라는 캐릭터에 특유의 몸짓과 위트가 붙었다"며 "그의 합류 덕에 변호인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려는 목소리를 불식시킬 만큼 흥미로운 상업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송강호와 최 대표는 2003년 '살인의 추억'을 통해 안면을 트고, '효자동 이발사'(200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주연배우와 투자자로 인연을 맺어 십년지기가 됐다.
 
최 대표와 송강호가 변호인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변호인 제작을 확정한 뒤 우석 역을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해 9월 사무실을 찾은 송강호와 이야기를 나누다 '이거 한 번 보라'고 시나리오를 건넸다"며 "송강호로부터 3일 뒤 전화가 왔는데 '재밌게 봤다. 그런데 나는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시 시나리오상 우석의 나이는 서른다섯 살이었단다. 최 대표는 "열 살 이상 많은 송강호는 안 된다고 캐스팅 범위에 넣지 않았으면서도 '강호가 해 줬으면…'이라는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시나리오를 건냈던 것"이라며 "그래서 그가 배역을 고사했을 때 내가 억지를 부린 듯해 미안했고 이유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그런데 얼마 뒤 둘이 다시 만난 부산영화제 현장에서 상황은 반전됐다.
 
최 대표는 "강호가 '그 작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데 감독 한 번 만나볼 수 있냐'고 해 바로 자리를 마련했고, 그로부터 3일 뒤 하겠다는 문자가 왔다"며 "문자 내용이 '좋은 영화 만나게 해 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연기할게'였는데,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라'고 전했다.
 
그렇게 우석 역을 맡은 송강호는 극 초반 1시간여 동안 평범한 우리네 삶을 실감나게 보여 주며 소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전달한다. 나머지 1시간 동안에는 다섯 차례의 공판을 통해 부당하지만 막강한 권력과 외롭고 힘겹게 싸우는 모습을 온몸으로 그려낸다.
 
이 가운데 세 번째 공판에서 송강호는 학생들을 변론하던 중 갑작스레 눈물이 북받쳐 오르는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의 감정을 깊숙이 건드린다.
 
이 장면에 대해 최 대표는 "매일 아침 촬영장 분장실에서 강호와 그날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3차 공판 촬영이 있던 날 아침 '오늘 깜짝 놀랄 장면 보여 줄게'라고 하더니 그 연기를 했다"며 "이날 강호의 연기는 변호인이라는 영화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된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을 촬영하면서 비로소 그가 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인지를 알았다"며 "인간 송강호에게 허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티스트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다가왔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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