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인정받은 美 '페북 킬러' 과학수사에 덜미

아내를 살해하고도 정당방위 주장을 앞세워 1급 살인 혐의를 벗었던 미국의 30대 남성이 경찰의 과학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은 3일(현지시간) 올해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페이스북 킬러' 사건 재판의 피고인인 데릭 메디나(31)에 대해 검찰이 1급 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WPTV 방송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메디나는 지난 8월 마이애미 자택에서 아내인 제니퍼 알폰소를 총으로 쏴 살해해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나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기사용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인정돼 무죄 평결을 받았다.

아내가 칼로 죽이려고 해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방아쇠를 당겼다는 주장이었다.


메디나가 사는 플로리다주는 정당방위법이 시행되는 곳이다. 올해 흑인사회를 분노케 한 흑인 고교생 총기살해 사건의 범인인 조지 지머먼이 무죄로 풀려난 것도 타인의 위협시 총기사용을 폭넓게 인정하는 정당방위법 때문이었다.

메디나는 아내를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이상 행동도 보였지만 아내의 사망을 처가에 알리려는 의도였다는 변명으로 기소를 면했다.

그가 범행 사실을 직장 상사에게 알리고 경찰에 자수한 점도 정상 참작에 도움이 됐다.

메디나가 1급 살인혐의를 벗자 '제2의 지머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경찰은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경찰은 일단 메디나를 살인에 고의성이 없는 2급 살인죄로 기소하는 한편 살인 현장에서 수집한 각종 증거를 토대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려고 애썼다.

경찰은 특히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했고 결국 지문 감식 등을 통해 메디나의 아내가 무릎을 꿇고 한 쪽 팔을 든 상태에서 총에 맞은 증거를 확보했다.

추가 기소장에는 메디나가 총을 쏘기 전 아내로부터 칼을 빼앗아 부엌 수납장에 갖다 놓은 증거도 포함됐다.

이번 페이스북 킬러 사건은 지머먼 무죄 파문에서도 논란이 된 정당방위의 용인 범위를 축소하는 등 관계 법률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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