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황산테러 母 "태완아, 14년 전 약속 꼭 지킬게"

미제의 사건, 공소시효 6개월 앞두고 재수사



-당시 범인 지목했으나 입증 못해
-최신기법으로 미제의혹 입증 기대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 김태완 군 어머니

여러분, 1999년 대구에서 일어난 황산테러사건을 기억하십니까? 6살 아이가 주택가 골목에서 누군가 들이부은 황산을 맞고 몸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어서 숨졌습니다.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실수로 뿌린 황산을 맞은 게 아니라 범인이 아이의 머리를 뒤로 잡아당기고 입을 벌리게 한 채 황산을 부었다는 거죠. 대구 황산테러사건.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만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습니다. 미제사건으로 남은 거죠. 그런데 14년이 흐른 지금 죽은 아이의 어머니가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고 김태완 군의 어머니 박정숙 씨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죠. 어머님, 나와 계십니까?

◆ 박정숙> 네.

◇ 김현정> 벌써 아들이 떠난 지 14년이나 됐네요.

◆ 박정숙> 네.

◇ 김현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박정숙> 글쎄요. 오늘에 와서 보니까 하루가 14년이고 14년이 하루와 같은 그런 시간이었는데 그런데 이런 것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을 할 수 있을지…. 이 마음을요.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 김현정> 인터뷰 시작하기도 전부터 벌써 마음이 울컥하신 것 같은데 차근차근히 이야기를 풀어가 보죠, 어머님. 다행히 어제 대구지검에서 재수사 시작하겠다.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고요?

◆ 박정숙> 네.

◇ 김현정> 어머니 힘드시겠지만 태완이가 사고를 당했던 당시로 잠깐만 돌아가 보죠. 그러니까 6살 태완이가 사고를 당한 곳,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면서요?

◆ 박정숙> 9m 거리도 안 돼요. 바로 맞은편 골목길이었는데 요즘 말하는 학습지, 일주일에 한 번 학습지 수업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그 골목길에서 들어간 지 5분도 안 돼서, 5분인지 10분인지 기억이 없어요. 그 상간에 비명소리가 나서 다친 거니까요.

◇ 김현정> 태완이의 비명소리가 나간 지 5분 만에 들렸어요?

◆ 박정숙> 처음에는 태완이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애가 불에 그을린 것처럼 가슴팍에 옷은 벌써 다 타들어갔고 밑에 바지도 타들어갔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불에 탄 줄 알았죠, 불에 그을린 줄 알았죠.

◇ 김현정> 그런데 그 사고 당시에 태완이가 지목한 범인이 있었다면서요?

◆ 박정숙> 태완이는 뜨거운 물 부은 사람이라고 말을 하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태완이가 바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것이 아니라 사실은 49일 동안 치료를 받다 숨졌기 때문에 그 사이에 몇 번이나 그 상황을 말할 기회가 있었던 거죠?

◆ 박정숙> 네, 많죠.

◇ 김현정> 그런데 뜨거운 물을 부은 사람이 누구라고 정확히 지목을 했습니까?

◆ 박정숙> 네, 했어요.

◇ 김현정> 누구라고 얘기를 했습니까?

◆ 박정숙> 말했어요, 누구라고 말을 했어요.

◇ 김현정> 지금 누구인지 용의자니까 정확히 말은 할 수 없지만 동네의 어떤 아저씨라고 얘기를 한 거죠?

◆ 박정숙> 네.

대구 황산 테러 희생자 유족 기자회견(가운데는 유족 박정숙씨)

◇ 김현정> 그러면 경찰이 태완이가 지목한 그 사람을, 그 용의자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수사를 했을 텐데 왜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이 내려진 겁니까?

◆ 박정숙> 글쎄요. 그 의문점, 그 의혹을 알고자 해서 저희가 다시 재청원을 하는 거예요.

◇ 김현정> 핵심적으로 뭐가 그렇게 가슴에 응어리가 지셨어요?

◆ 박정숙> 골목에서 태완이가 봤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리고 그 현장에서 자기를 불렀다는 사람이 동일인물인데 왜 태완이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태완이가 학습지 하러 골목으로 가는 중에 반대편 골목에서 태완이가 아는 사람이 올라왔어요.

◇ 김현정> 동네 아저씨가?

◆ 박정숙> 네, 동네 아저씨가 올라왔고. 그리고 갑자기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가면 쓴 것 같은 사람이, 낯선 사람이 올라왔어요. 낯선 사람, 얼굴은 잘 알아볼 수가 없는 사람이. 그 사람이 태완이한테 뜨거운 물을 부었어요. 그리고 태완이가 집으로 오려고 했는데 누군가 목소리가 들렸어요, 태완아라고 부르는 사람 목소리. 그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정리를 해 보자면 골목길에서 봤던 그 동네 아저씨, 골목길에서 가는 걸 분명히 보고 그 아저씨가 사라졌는데 잠시 후에 복면을 쓴 사람이 나타나서 태완이에게 그 몹쓸 짓을 한 거예요. 그 복면 쓴 사람이 누구인가를 지금 밝혀내야 하는 건데 이 복면 쓴 사람이 태완이 얘기로는 아까 동네에서 봤던 그 아저씨다, 이렇게 지목을 했다는 거군요?

◆ 박정숙> 태완이가 골목에서 봤다는데, 그리고 태완이가 골목에서 들었다는데. 태완이가 하는 말을 경찰들이 듣고 확인하고 했는데 100%라고 말을 했거든요.


◇ 김현정> 태완이가 일단 꼼꼼하게 그날의 행적을 아주 잘 기억... 기억력이 좋은 아이고. 제일 중요한 부분은 동네 아저씨하고 복면 쓴 사람의 관계인데. 태완이는 어떤 걸 보고서 그 복면 쓴 사람이 동네 아저씨일 거라고 그 당시 얘기를 했나요, 뭘 보고?

◆ 박정숙> 목소리를 듣고요.

◇ 김현정> 아, 목소리.

◆ 박정숙> 다른 건 태완이 말이 다 100%예요. 그런데 그것만 지금 입증하지 못한 거예요.

◇ 김현정> 태완이가 들었을 때 그 목소리. 동네 아저씨가 잘 아는 아저씨였어요?

◆ 박정숙>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태완이가 쉽게 기억했겠죠.

◇ 김현정> 그 부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아는, 목소리도 잘 아는 아저씨였는데 그 아저씨가 복면을 쓴다고 해도 목소리는 같은 사람이었다라는 게 태완이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당시에는 전혀 증거로서 효력을 갖지 못했다.

◆ 박정숙> 그때는 태완이 말이 입증되어야 되고요. 그 태완이 말을 입증시킬 수 있는 많은 의혹들이 있어요. 태완이 말을 입증시킬 수 있는 의혹들, 그 의혹들만 풀면 태완이 말이 정확하다는 거거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것을 밝혀내셨어요. 그 가면 쓴 사람이 그 동네 아저씨라는 사실을, 태완이 말을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

◆ 박정숙> 그게 어느 정도 되니까 재수사 한다고 하실 거 아니에요.

◇ 김현정> 그래서 제가 궁금한 게 그 겁니다. 막연히 그냥 모정으로 한 번만 공소시효 끝나기 전에 더 해 주세요가 아니라...

◆ 박정숙> 저희가 여지껏 준비하면서 프로파일러분들한테 자문도 얻고 그런 분들이 해내는 것을 보니까 그러니까 수사기법이 달라졌다는 것. 진술로도 새롭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런 희망이고 그러한 부분의 의혹을 접수하게 된 거예요.

◇ 김현정> 그 당시에 태완이가 했던 진술들, 그 당시에 조사했던 내용만 가지고도 수사기법이 달라졌기 때문에 또 다른 수사가 가능할 거다라는 희망을 일단 보신 거예요.

◆ 박정숙> 네.

◇ 김현정>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셨을까 누구나 상상이 됩니다만…. 이번에는 범인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세요? 믿으십니까?

◆ 박정숙> 희망을 가지는 거죠.

◇ 김현정> 태완이가 컸으면, 그대로 컸으면 지금 20살 성인이 될 나이…. 대학교 들어갈 나이죠. 아마 천국에서 지금 태완이도 이 모든 상황, 어머님 다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아침 혹시 태완이한테 이제 재수사가 시작이 된다, 태완아. 한마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 박정숙> 엄마랑 아빠랑 형이랑 갈 때까지 기다리고... 아빠랑 엄마랑 우리 태완이한테 했던 약속 꼭 지킬 수 있도록 태완이도 도와줘.

◇ 김현정> 나쁜 사람, 그 나쁜 아저씨 꼭 잡아줄게라고 했던 태완이와 했던 약속이 이번 재수사를 통해서는 꼭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14년 전에 풀지 못했던 그 미제의 사건이 풀리기를 국민들도 관심 가지고 기도하면서 지켜보겠습니다. 어머니 힘내시고요. 관심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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