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송강호 "결정적 한 신은 국밥집에서 벌어졌다"

주인공 우석이 고교 동창들과 찾은 국밥집 시퀀스 꼽아 "이 영화 속 모든 역학관계 담겨"

배우 송강호(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4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난 배우 송강호(46)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변호인'의 결정적인 한 장면으로, 변호사 우석(송강호)이 고교 동창들을 데리고 국밥집을 찾았다가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시퀀스를 꼽았다.
 
이 국밥집은 우석이 어려웠던 시절 밥값 신세를 지던 곳으로, 변호사가 된 뒤로는 주인 아줌마 순애(김영애)에게 신세를 갚고자 하루가 멀다 하고 찾는 곳이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술로 얼굴이 불콰해진 우석이 동창들을 데리고 하루 장사를 접으려는 국밥집으로 들이닥치고, 술자리를 이어가다가 쓴소리 잘하는 동창인 사회부 기자 윤택(이성민)과 우석이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이게 된다.
 
가게 유리창까지 깨지는 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홀로 남은 우석은 순애의 아들 진우(임시완)와 학생운동에 대한 견해차로 다시 말다툼을 벌이고, 이를 본 순애는 결국 우석을 쫓아내기에 이른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시퀀스는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석이 동창들에게 허세 부리는 모습에서 그가 살면서 지켜 온 나름의 신념과 열정은 물론 약간의 속물 근성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석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마주치는 진우의 친구들이 나중에 그가 변론을 맡는 대학생들이고, 우석과 순애 모자와의 관계 역시 새롭게 그려지는 등 이 영화가 지닌 모든 역학관계를 품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시퀀스를 기점으로 앞으로 진행될 극의 윤곽이 드러나고 우석이라는 인물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진다는 것이다.
 
송강호에게 '왜 영화 제목이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인이 됐는지'를 묻자 "이 영화의 지향점을 나타내기 위함으로 여겨진다"고 답했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그는 "전형적인 법정 드라마를 보면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진 드라마틱한 설정을 강조하는 데 반해, 우리 영화는 직업이 아닌 사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석이 진우를 비롯한 대학생들을 변호한 것은 변호사가 피고인을 변호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변호한 것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우석은 지금까지 송강호가 연기한 인물 가운데 가장 대사량이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단다.
 
송강호는 "올해 영화 '관상'을 촬영하면서 한재림 감독에게 '이렇게 대사 많은 영화 처음'이라고 푸념했는데, 관상을 압도하는 대사량의 변호사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며 "법정 용어를 외우고 그 안에 감정까지 실어야 했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삶의 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여지를 주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돈을 좇던 변호사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변호인은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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