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반대주민-국토장관 면담…팽팽한 입장차

서승환 장관 "주민 의견 최대한 반영" vs 반대주민 "지구 지정 원점 재검토해야"

"성의있는 의견수렴 과정 없이 대다수 주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부에 분노합니다."(목동 행복주택 반대주민)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면 주무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구 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주택 예정 부지에서 열린 서승환 국토부 장관과 목동 행복주택 반대 주민과의 면담이 근본적인 입장차를 드러내며 50여분 만에 끝났다.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국토부측이 비대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날 면담을 통보했다며 격앙된 분위기 속에 서 장관을 맞이했고, 대화 도중 장관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등 이날 면담에서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 장관은 이날 한 평 남짓의 비좁은 비대위 사무실에 들어선 뒤 "오늘 여러분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들으러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정호 비대위원장은 이에 "정부의 행복주택 건설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역 선정을 잘못한 것"이라며 "이를 정부 고위 분께 잘 전달해달라"고 맞받았다.


신 위원장은 "홍수를 대비한 유수지 위에 50만 양천구민의 안전을 담보로 반영구적인 건축물을 짓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전국 1위의 고밀도 지구인 이곳에 2천800여가구의 행복주택을 지을 경우 교통, 교육 등의 환경이 열악해질 것이 뻔하다. 주먹구구식 정책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장관이 이에 대해 "아직 지구 계획을 세우기 전이다. 소통을 통해 지구 계획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한다"고 달래자, 신 위원장은 "상식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지구를 지정하는 게 맞다. 지구를 지정한 이후에는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부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아끼고, 사랑하며 가꿔왔는데, 이곳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역 이기주의나 님비로 몰리니 답답하다"며 "정부가 공약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시대는 아니다. 50만 양천구민 중 70%의 주민이 반대하는 행복주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 장관은 "그동안 정부와 주민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주차문제, 악취, 유수지 안전 등 목동 행복주택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오늘 나온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해 지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이에 "저희도 가급적, 최대한 (행복주택 사업을)반대하려 한다. 모든 책임은 주무 장관에게 있으며 이 자리를 빌려 장관의 용퇴를 촉구한다"는 말로 끝까지 대립각을 세웠다.

한편, 행복주택 반대 주민들은 지난 2일 목동 등 행복주택 시범지구 5곳에 대한 일괄지정 지구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날 저녁에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어 정부의 지구 지정 재검토를 압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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