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국방부 vs '외교현실' 외교부…미묘한 입장 차

이어도 상공에서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는 해군 P-3CK와 율곡이이함. (임진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이어도와 홍도 남단을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이 문제를 놓고 국방부와 외교부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국방부는 방공식별구역을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접근해 새 KADIZ 선포 자체에 집중하는 반면 외교부는 그로인해 얻을 수 있는 실익과 이후 벌어질 외교적 마찰 수준을 저울질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23일 우리가 관할하고 있는 이어도를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CADIZ)에 포함시켰을 당시만 해도 국방부의 대응은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중국에는 유감의 뜻을 밝히고 기존에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시킨 일본에 대해서는 "이어도 상공에서 작전시 일본에 통보하고 있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 영공인 마라도와 홍도 영공까지 JADIZ에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고 중국이 CADIZ 조정을 거부하면서 국방부는 'KADIZ 확장'이라는 강경카드를 내밀었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작전에 미치는 영향인데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 사태 초기에 고려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점점 우리 군의 자존심 문제로 연결되면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국도 일방적으로 CADIZ를 선포했는데 우리는 주변국 눈치만 보면서 KADIZ를 현행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태 발생 초기에는 "그동안 우리 군은 뭘했냐"는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각국 ADIZ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현재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후 강경카드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외교부 역시 중국이 CADIZ를 선포한 직후에는 방공식별구역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면서 가장 논란이 됐던 이어도 문제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이슈에서 접근해야지 안보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동안 방공식별구역이 안보 이슈가 아니었고 실제로 한국 안보를 침해당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만큼, 굳이 중국과 일본에 동시에 맞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미국이 새 KADIZ 확정에 부정적이라는 것도 고려됐다.

그러나 국민여론이 방공식별구역 논란을 영토분쟁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KADIZ 확장 방침을 "논의가 여기까지 진행된 이상 확장방침은 이제 거스를 수 없게 됐다"고 인식하게 됐다.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그동안 방공식별구역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갑자기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외교적 마찰은 외교부가 떠안는 형국이라는 불만이 외교부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미묘한 입장 차이 끝에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KADIZ는 결과적으로 국방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공식별구역을 '안보 논리'로 설명한 국방부의 입장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여론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 출신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우리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오는 5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8일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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