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의 한국 방문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04년 딕 체니 부통령 이후 9년 여 만이다. 하지만 동북아 정세가 출렁이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최강 미국 부통령 방한의 비중은 여느 강대국 정상에 못지 않다. 그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정상에 준하는 환대를 받았다.
상원외교위원장 시절이던 2001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바이든 부통령은 32년의 상원 의원 경륜을 바탕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이날 청와대를 찾아 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오후에는 연세대에서 강연 일정, 정홍원 총리와의 면담 일정을 소화한다. 7일에는 2001년에 이어 12년만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
핵심 일정은 역시 박 대통령 접견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 한일관계 악화 등으로 복잡해진 동북아 정세에 대한 심도있는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수(常數)가 된 핵 문제 외에 장성택 실각설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 바이든 미국 부통령 방한 기회에 양국 간 주요 현안들, 주요 관심사안들, 그리고 북한관련사안, 주요한 국제문제 이런 것들이 포괄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한중일 관계에서 의미있는 해법이나 중재안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방위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미 환영 입장을 나타냈고,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관련해서도 B-52 전폭기를 출격시키던 초기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부통령이 KADIZ 확대 방안에 대해 힘을 실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은 앞선 일본.중국 방문에서도 어느 한 나라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악화될대로 악화된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부통령이 중재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대화를 촉구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표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