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힘들지만 송전탑 열심히 막아달라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고인이 ‘송전탑 문제 때문에 음독했다’고 직접 말했는데 경찰 발표 이해 안돼
- 밀양 현지, 상당히 격해 있다. 오늘도 여러 차례 싸움 벌어져
- 주민들, 힘이 없어 못 막는 한이 있어도 한전과 합의는 절대 없다는 입장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12월 6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백영민 (밀양시 상동면 주민)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관용> 며칠 전 자살을 시도한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 인근 주민, 오늘 새벽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1월에 이어서 두 번째 희생자예요. 사건 직후에 출동해 고인을 조사했던 경찰은 ‘왜 음독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했지만 유족들은 ‘송전탑 때문에 약을 먹었다, 이런 고인의 진술을 경찰이 확인해놓고 녹음까지 하고 다른 말을 한다’ 이렇게 반발하고 있는 이런 상황인데. 사고 발생 한 2시간 여 전에 고인을 마지막으로 뵈었던 동네 주민 한 분 연결합니다. 백영민 씨 나와 계시죠?

◆ 백영민> 네.

◇ 정관용> 이 고인과는 어떤 관계세요? 자주 만나시는 사이십니까?

◆ 백영민> 네, 자주 만납니다. 군대 선후배지간이고요.

◇ 정관용> 그래요?

◆ 백영민> 네.

◇ 정관용> 한동네에 사시고?

◆ 백영민> 동네는 한 면에 살고 있습니다. 같은 면에서.

◇ 정관용> 그런데 고인이 음독하시기 한 2시간 전에 만나셨다고요?

◆ 백영민> 네, 2시간 전에 만났는데 그날은 특히 희망버스도 왔다간 그날이거든요. 희망버스에서 좀 기대를 걸었던 모양인데. 희망버스도 별것 아니다, 별것 아니다라는 이런 생각을 먼저 가졌나 봐요. 그래서 딴 날보다 좀 우울해 보였고. ‘후배, 힘들지만 열심히 막아라’ 이런 말씀을 하셨고요. 또 그 전에 나보다 먼저 같은 축산을 하시는 분을 만나서 돼지를 한 마리 기증도 하고. 거기서는 ‘아마 나는 보상도 하나도 받을 것도 없고 앞으로 소도 못 키우고 하니까 죽겠다’고 이야기를 했대요. 마지막에.

◇ 정관용> 이분이 축산업을 하시는 분이었군요?

◆ 백영민> 네.

◇ 정관용> 그런데 이분은 보상 대상이 아닌가 봐요?

◆ 백영민> 180m를 벗어나고 있죠.

◇ 정관용> 송전탑에서부터?

◆ 백영민> 네.

◇ 정관용> 그럼 몇 m 떨어져 있는 데에서 하시는 분이세요?

◆ 백영민> 자기는 200m라고 이야기를 들었대요.

◇ 정관용> 그러니까 송전탑 인근 180m까지는 보상이 있지만, 거기서 조금 더 떨어져 있는 200m니까 보상도 없고.

◆ 백영민> 네.

◇ 정관용> 평소에 이 송전탑에 대해서 자주 얘기하셨나요. 이분이?

◆ 백영민> 이분이 송전탑에 대해서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8년 동안 돼지도 마을주민들한테 이렇게 냈고. 열심히 막아달라고 돼지도 냈고, 찬조금도 많이 했죠. 그런데 한 보름 전에 한전 두 명하고 대학교수 한 분하고 오셔서 보상거리에서도 제외되고 이렇게 해서 보상을 못 받는 걸로 알고 나서부터 데모에 적극 가담을 했죠. 산에도 올라오시고.

◇ 정관용> 그러니까 그동안에는 반대운동하시는 분들을 후원하시다가 보름쯤 전부터는 직접 반대운동에 참여도 하셨다?

◆ 백영민> 네.

◇ 정관용> 그러니까 결국 이 송전탑 때문에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게 된 거라고 볼 수밖에 없네요?

◆ 백영민> 그렇죠. 그 선배님은 그래도 자기가 보상을 바랬던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이주 대상이 되면 자기는 이주해서 축산업을 계속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안 되면서 땅도 안 팔리고 하니까 이제 희망이 없다. 그걸 보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 정관용> 아이고, 참.

◆ 백영민> 이런 생각을 하셨던가 봐요.

◇ 정관용> 경찰이 와서 그런데 고인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특정한 이유로 음독했다는 진술은 없었다, 지금 이렇게 설명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유족은 반발하는데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 백영민> 그거는 아닌 것 같아요. 유족은 첫날부터 ‘우리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죽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유족도 좀 만나서 이야기를 한 걸로 보면 유족이 너무 귀찮았대요. 경찰들이 와서 가택수색도 하고 막 물어오고 이 사람이 물어오고 저 사람이 물어오고 하니까 귀찮아서 송전탑하고 연관 짓지 말라는 소리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이제 병원에서 2시, 3시쯤 돼서 경찰이 찾아와서 송전탑하고 관계가 있느냐 했을 때에 그 선배님이 눈을 뜨시면서 ‘내가 송전탑 때문에 약 먹었다’고 본인이 직접 말씀을 하셨대요. 그리고 경찰은 그걸 녹취를 했었고. 유족의 말씀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녹취까지 했는데 지금 경찰은 그런 얘기를 인정을 안 한다 이런 거로군요.

◆ 백영민> 네.

◇ 정관용> 지금 밀양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백영민> 상당히 격해 있죠. 오늘 따라 더 격해 있어서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조금 전에 현장에서 밤늦은 시간에 싸우다가도 고인 문상을 하러오셨더라고요. 산에서 내려와서. 문상하고 또 산으로 올라가고 올라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죠?

◆ 백영민> 네. 공사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지금도.

◇ 정관용> 어디서 공사가 주로 진행됩니까?

◆ 백영민> 4개 면에 전부다 공사가 진행 중이죠. 계속 헬기가 뜨고. 헬기소리가 제일 주민들을 힘들게 하죠.


◇ 정관용> 지금 공사가 되고 있는 곳은 아까 뭐,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씀 들어보니까 산 쪽으로.

◆ 백영민> 108번에서, 108번이 옛날에도 공사하다가 거기가 사고가 많이 났던 곳이거든요. 거기서. 그래서 공사가 거기에서 사고가 나서 중단이 됐던 곳이고 이런데. 이번에도 그 공사 시작하자마자 이 사고가 터졌죠.

◇ 정관용> 108번이 그러니까 철탑의 번호입니까?

◆ 백영민> 네. 108번이 철탑의 번호인데, 108번에 뭐가 있는가 봐요. 미신 같은 게.

◇ 정관용> 그러니까 그게 산 쪽에 있는 철탑인가 보죠?

◆ 백영민> 네. 그게 골안마을과는 거의 400m 안에 있는 철탑이고. 거기 산에서는, 산에 서죠. 그런데 그게 서고 나면 거의 114, 115 마을 쪽으로 내려오는데. 그때 되면 마을에 대문처럼도 서고, 논밭에 서고 하니까 거기는 또 더 격해지겠죠.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러니까 산 쪽을 넘어와서 마을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현재로써는 산 쪽 공사가 진행 중이라서 주민들께서 산 쪽으로 가까이 가시지만 공사현장 가까이까지는 못 가시는 것이죠?

◆ 백영민> 네, 못 갑니다. 경찰병력에 막혀서.

◇ 정관용> 그런데 마을 한복판을 지나가게 될 때는 주민들 사는 곳 바로 옆이나 논밭 한가운데 그런 데 세워지지 않겠어요?

◆ 백영민> 네. 심지어 역 앞에도 서고 있으니까요.

◇ 정관용> 그게 참 걱정이군요.

◆ 백영민> 네, 고속철도 역 앞에 서고 있으니까 그런 데는 상당히 걱정이죠.

◇ 정관용> 지금 주민들께서는 계속 반대운동을 하실 생각이고요?

◆ 백영민> 여기의 주민들의 생각은 다 똑같은 게 공권력 투입되고 하면 불가항력이잖아요. 주민들이 막고자 해도 힘이 없어서 못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전하고 합의는 없다는 거예요. 돈을 받는 일은 없다는 거죠.

◇ 정관용> 합의 없다, 끝까지 반대하겠다?

◆ 백영민> 네. 전기가 가더라도 합의는 안 한다는 거죠.

◇ 정관용> 아, 알겠습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군요.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백영민> 네.

◇ 정관용> 밀양 현지의 백영민 씨 말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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