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키예프시 경찰청 대변인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청년들이 레닌 동상을 넘어뜨렸다"면서 이들은 극우 민족주의 성향 야당인 '스보보다'(자유당)의 깃발을 휘둘렀다고 밝혔다.
현지 TV에는 키예프 시내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서 기세등등한 시위대가 도끼와 망치로 바닥에 쓰러진 레닌 동상을 부수는 장면이 나왔다. 화면 속에 보이는 동상은 머리 부분이 이미 잘려나간 상태였다.
청년들은 밧줄을 매달아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 세워져 있던 3.45m 높이의 레닌 동상을 끌어내린 뒤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고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쇠막대로 차례로 돌아가며 동상을 내리쳤다.
부서진 동상 일부는 이곳에서 1.7㎞ 떨어진 반정부 시위의 주무대인 '독립광장'으로 옮겨졌고 시위대 앞에 나선 연설자는 의기양양하게 동상의 거대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동상이 있던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도 수천 명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스보보다 당은 "우리당 소속 회원 300여 명이 동상을 무너뜨렸다"며 "이는 소련 점령의 종식과 우크라이나의 독립, 전제적인 과거와의 단절, 역사적 정당성 복구 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고 유럽연합(EU)과의 통합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설명이었다.
우크라이나 야권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중단한 이후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계속해 오고 있다.
레닌 동상은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12월 키예프 시내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키예프시 경찰청은 레닌 동상 철거 참가자들을 대규모 난동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