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문재인 의원,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냈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8대 대통령 선거에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의원이 '1219 끝이 시작이다' 라는 책을 오늘(12월 9일) 출간한다.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폐허에서 피어나는 희망,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2부 피, 땀, 눈물이 지나간 자리,《운명》에서 대선까지의 기억과 기록>
<3부 아픔은 견디는 것이다, 무엇이 부족했는가>
<4부 끝은 시작이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문재인 의원은 이 책을 발간하는 이유를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후보였던 자신의 대선평가"라고 밝히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의 만찬에서도 '대선후보였던 자신의 대선평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렇지만 문재인 의원의 책 발간에 대해 민주당 내부 특히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관계자들까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고 논란은 있겠지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문재인 의원,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문재인 의원은 왜 '1219 끝이 시작이다' 라는 책을 냈나?

= 문재인 의원은 책을 발간하는 이유를 서문에서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문 의원은 "이 책은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후보였던 저의 대선 평가입니다.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생각에 따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 생각에 솔직하고자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문 의원은 이어 "뿐만 아니라, 종합적이지도 않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만 다뤘습니다. 종합적인 평가는 저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라면서 "종합적으로 알지 못하는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읽는 분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후보였던 당사자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 의원은 제가 민주당의 대선 평가와 다른 시각의 평가를 시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민주당의 대선 평가가 지난 대선 시기를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2017년에 대한 준비를 제시하는 데는 크게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기자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도 "이런저런 대선 평가들이 많았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공감되는 면도 있지만 안가는 부분도 많이 있고, 그런 걸 떠나서 후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평가를 좀 해야 평가가 완전해지지 않을까 싶어서(평가를 했다)"라면서, "개인적으로도 점을 찍고 넘어가야 하겠더라. 마침표 찍고 그래야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고"라고 책 발간이유를 밝혔다.

김경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봉하사업 본부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책을 낸 이유가 3가지 정도라고 설명을 했다.

첫 번째는 '후보가 본 대선평가'다. 이런저런 평가가 많지만 그런 평가로는 야권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두 번째는 1년간은 조용히 있는 게 맞았다. 그렇지만 1년이 되는 즈음에 계속 조용히 있을 건지 말건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현 정부나 야권의 상황이 얘기를 할 건 하고 정리할 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세 번째는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드는 마당에 민주당의 혁신도 중요해지고 야권이 혁신경쟁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새롭게 바뀌어 나가는데 기여하거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문재인 의원이 후보의 입장에서 대선을 평가한다면 통렬한 자기반성을 한다는 얘기냐?

= 책은 서문과 4부로 구성돼 있는데 패배의 원인을 다각적인 각도로 분석하고 후보로서의 부족한 점 등을 곳곳에서 반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마디로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하느냐? 라고 물으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어제 오후에 책을 어렵게 구해서 읽어보니까 책은 반성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기변명적인 부분이 강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진보성향의 학자나 평론가가 이 책을 썼다면 아주 훌륭한 글이고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대선 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이 썼다면 변명으로 비치거나 남의 탓으로 돌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부적절 하다"라고
평가를 했다.

최 교수는 "문 의원이 대선이 끝난 지 1년도 안됐는데 처절하게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인데 책의 내용을 보니 반성하는 부분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국민의 48% 지지를 받은 범야권 단일후보로서의 문재인 의원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지나치게 성급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이 반성을 하는 부분은 3부인데 3부는 <3부 아픔은 견디는 것이다, 무엇이 부족했는가>라는 제목이다.

그리고 "이기기 위한 대선 평가", "미국 공화당의 다른 성찰", "사악한 주술, '종북'", "뭐 하나 꿇릴 게 없었건만", '강고한 지역주의 벽", "세대별로 품지 못한 패착", "'내 친구 세대'의 절망", "기울어진 운동장", "상상도 못한 범죄 형태", "분열의 프레임, '친노-비노'"
"우리안의 근본주의", "권력의지와 '선한 의지", "후보의 결단력이라는 것" 등의 13개의 주제로 나누어 분석하면서 반성하고 아쉬워하는 대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반성'이라기보다는 '평가'였고 '설명'이었으며 때로는 '변명'으로 읽히는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4부에 들어가서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언급을 하고 있다. 4부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끝이 시작이다>라는 제목에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가 소제목이다.

문 의원은 4부 첫 장에서 "제가 민주당의 대선 평가와 다른 시각의 평가를 시도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민주당의 대선 평가가 지난 대선 시기를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2017년에 대한 준비를 제시하는 데는 크게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를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2017년에 대한 준비를 위한 것임을 명확하게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책을 통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냐?

=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대선 주자 마다할 생각은?"이라고 물으니까 "내가 꼭 해야 한다고 집착하거나 그러지는 않겠는데 그러나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출마여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던 문 의원의 대응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문 의원은 책의 곳곳에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2017년 대선에 대한 준비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책 서문의 제목도 <다시 희망을 세우며>이다.

문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히 이 타이밍에 내가 무슨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다. 책이 다음 주쯤 나오는데 이제는 마냥 피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간담회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현안이 있으면 말하기도 하고, 언론도 접촉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할 것임을 내비쳤다.

지난해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 (사진공동취재단)
▶ 차기 대선이 4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너무 이른 것 아닌가?

= 그런 평가들이 나온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2017년에 치러지니까 아직 멀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왜 대선을 언급하는 지 의문이 든다.


문 의원은 책에서 "지난 25년 동안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징크스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반복되는 몇 가지 현상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가장 먼저 대선후보로 확정된 정당의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입니다."라면서 "그런 징크스는 지난 대선에도 이어졌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것은 2012년 8월 20일이었습니다. 반면 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것은 그보다 한 달 가까이 늦은 9월 16일입니다.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날은 11월 23일이었습니다."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292페이지)

그러면서 "사실 박근혜 후보는 공식적인 후보 선출일이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새누리당의 사실상의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은 일찍부터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는 데 필요한 각종 전략과 정책, 홍보 마케팅 등의 준비를 해왔습니다."라면서 "총선을 몇 달 앞두고는 비대위를 통한 당 쇄신과 공철 물갈이의 전권을 줘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정점으로 끌어올렸습니다."라고 말한다.

문 의원은 "그에 비해 저는 2012년 6월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음에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최선은 다했지만, 그야말로 벼락치기 시험 준비 같았습니다. 당내 경선과 야권후보 단일화까지는 통했지만, 본선에 가서는 결국 평소 실력 부족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었습니다."라고 진단을 하고 있다.

이런 표현을 보면 문 의원으로서는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내 특히 문 의원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나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비쳤던 정치평론가들까지 지나치게 성급하다거나 조급해 보인다는 평가를 한다. 문 의원은 대선 후보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대선에 대한 평가'라고 했지만, 평가라기보다는 4년 뒤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 (자료사진)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문재인 의원,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냈을까?"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패배 1년 만에 차기 대선 출마의사를 내비치고 대선에 대한 후보로서의 평가를 내는 이유가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최창렬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구체화되니까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응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A 씨는 "책을 발간한 타이밍이나 모양새가 좋아보지는 않다"면서 "안철수 신당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B 씨도 "안철수 의원이 다시 부각되니까 그걸 의식한
부분이 있다"면서 "그걸 부인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봉하재단 김경수 본부장도 안철수 의원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안철수 의원을 의식한다는 것이 대선출마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야권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혁신 경쟁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민주당이 새롭게 바뀌어 나가는데 기여하고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문재인 의원과 함께 일했던 참여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이 책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했다는데?

= 참여정부 출신 고위공직자 여러 명과 접촉을 했는데 책을 낸 의도를 이해한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고 싶지만 또 다른 논란이 일수도 있고 본인이 실명 언급에는 난색을 표시해서 밝히지 않겠다)

C 씨는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책을 내는 것은 어떤 내용을 담건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적어도 대선 후보를 했던 분이 그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하려면 상황이 끝난 뒤 아무리 빨라도 지방선거 이후에나 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면서 "책의 내용도 지나간 대선이나 과거지향형이 아닌 한국 정치와 미래지향적인 담론 중심으로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D 씨는 "지금까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자가 1년 만에 대선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은 문 의원이 스스로 숙고하면서 성찰하고 미래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내공을 다져야 할 시기"라고 언급했다.

E 씨는 "정치는 타이밍인데 문 의원이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지금 중요한 게 뭐냐? 그게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 책을 출판해서 뭘하자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신인사들 사이에서 문 의원의 책 출간을 두고 비판하는 건 제대로 된 논의구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판만 있는 건 아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대선이 끝나고 1년이 지나서 돌아보고 반성하는 건 대선 후보를 지낸 사람으로서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 문 의원이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직접 얘기를 하겠다는 의미" 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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