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2000포인트대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가 한 단계 더 오르지 못하고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주가지수가 1년 내내 박스권 장세에 갇혀 있었다는 얘기다. 특별한 성장동력이나 주도주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락폭이 컸던 대형주들이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반등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 정도다.
환율도 비슷했다. 1080원에서 1100원대로 상승하다가 연말이 되면서 다시 1060원대로 내려가는 박스권을 이어갔다. 금리라고 다르지 않았다. 테이퍼링(taperingㆍ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있긴 하지만 큰 변동성을 띠고 있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풍부해진 시중의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증권의 비중은 최저수준인 예금 대비 6.5% 수준까지 하락했다. 수익 수익증권(펀드), 주식ㆍ출자지분누적금액도 유지 또는 감소추세다.
테이퍼링 때문인지 채권시장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테이퍼링이 예상보다 빨리 실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미국 국채값도 하락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예금에만 치중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산관리를 위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그리 길게 갈 것 같지 않다. 경험치가 있어서다. 풍부한 유동성이 은행 예금으로 가지 않고 수익증권이나 주식시장으로 몰린 2000년대 초반엔 외국인들이 '바이코리아(Buy Korea) 열풍'을 일으켰고, 2007년엔 펀드열풍이 불었다. 현재 투자자들의 가계잉여(개인순금융자산) 이런 투자열풍을 불러일으킬 만한 힘을 갖고 있다. 국내 개인순금융자산은 약 1327억원에 달한다. 수출ㆍ경상수지 회복세,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 기업실적 상승, 가계자금의 잉여 등 이슈도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다.
지금은 자본이득(Capital Gainㆍ금융자산의 가격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을 추구하는 선제적 투자가 가능한 시점이다. 더군다나 투자시장에 획을 그을 만한 이벤트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벤트가 있었다면 투자시장은 과열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4년의 투자 관전포인트는 풍부해진 현금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갈 것이느냐다. 현재로선 주식(수익증권)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돌발변수가 있겠지만 풍부한 가계잉여로 인한 '투자자산 리밸런싱(재균형)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내년에 이 모든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2014년을 선제적 투자시기, 유동성 장세를 준비하는 시기로 삼아야 하는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