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회, 우크라 시위대 레닌동상 파괴 비난

하원 CIS 위원장 "용납될 수 없는 야만행위"

러시아 의회가 이웃 우크라이나 야권 시위대의 레닌 동상 파괴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독립국가연합(CIS. 옛 소련국가 모임) 위원회 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시위 사태와 관련한 하원 성명 채택 논의 과정에서 레닌 동상 파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야만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슬루츠키 위원장은 "동상 파괴와 서방 비정부기구(NGO)들의 자금 지원을 받는 깡패들의 모든 난동 행위는 단호히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러시아 하원은 형제 국가인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자국 국민을 위해 유럽화 과정을 중단하고 국가 발전 방향을 재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서방의) 도발과 압력의 결과 우크라이나에서 인간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도덕과 윤리가 짓밟히고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야권과 이들을 옹호하는 서방 국가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앞서 지난 8일 키예프 시내에서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우크라이나 야권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가 시내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 세워져 있던 레닌 동상을 무너뜨리고 망치로 깨부수는 난동을 부렸다.

동상 파괴에 앞장선 극우민족주의 정당 '스보보다'(자유당) 당원들은 소련 점령의 종식과 우크라이나의 독립, 전제적인 과거와의 단절, 역사적 정당성 복구 등을 주장하기 위해 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12월에 세워진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은 키예프 시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사회주의 상징물이었다. 키예프시 경찰청은 동상 파괴자들을 난동혐의로 형사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하원은 이날 채택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특별 성명에서 "불법 시위와 국가기관 봉쇄, 행정관청 점거, 역사적 기념물 파괴 등은 국가 불안을 초래하고 국민에게 심각한 정치·경제적 악영향을 끼친다"며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주권국 우크라이나의 내부 문제에 관한 외국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간섭은 모든 국제관례에 반하는 것"이라며 서방의 개입 중단을 요구했다. 성명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444명 의원 전원 찬성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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