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행복주택' 마이웨이… "해도 너무한 졸속"

타당성조사 생략한 주먹구구식 행정 비판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도 정부 성과계획 평가에서 행복주택사업은 사업 추진방식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구별로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서민주거정책의 핵심인 행복주택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모든 시범지구에서 행복주택을 반대하고 있고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주민간 마찰이 빚어지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사업을 '도시환경'과 '주변지역과의 조화',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잘 뒷받침함으로써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할 국토교통부는 어설픈 정책추진으로 반대에 직면했고 대통령공약을 좌초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첫삽도 뜨기전 '6만가구' 축소… '무리한 계획 탓'

국토교통부는 12.3부동산 보완대책에서 당초 2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던 행복주택을 6만 가구 줄여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심의 철도부지 같은 유휴지를 이용하면
쉽사리 20만가구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무리였음을 인정한 것이었다.

특별법으로 시,구유지를 수용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까지는 좋았지만 주변과의 '조화로운 도시환경 조성'이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어느날 갑자기 도심에(직주근접)수천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통,주차,학교,환경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지만 행복주택사업에서 이에대한 대책은 '백지상태'다.

여러가지 도시문제 발생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고 보다못한 주민들은 행복주택을 짓지말라고 아우성을 치게된 것이다.

국토부가 마련한 보금자리특별법 개정안은 각종 '건축기준 특례'와 '편의시설 생략', '재산권을 무시한 국공유지사용' 등 도시계획무시, 주민무시, 민간과 공공의 차별 등을 규정한 '특혜와 반칙조항'이 가득하다.

◈ 졸속계획보다 더 엉성한 정책추진

국토부는 행복주택 목동지구에서 신월동~목동유수지간 지하 빗물집수로(지름7.5미터)건설사업이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실이 '행복주택 입지가 집수로와 유수지의 연결성을 저해하고 아파트건축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고 지적하자 국토부는 "그것을(지하 빗물집수로) 피해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유수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조차 모르고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격이나 다름없다.


입지선정은 더욱 허술하다. 길정우 의원실 강현보 비서관은 11일 "철도부지, 유수지 같은 저항없는 땅에 (건물을)올리겠다는 것인데 일을 너무 쉽게 봤다, 시범지구지정은 소통없는 일방적 계획수립과 일방적 발표였다"며 "정부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고 비판했다.

양천구의 행복주택 의견서
주차,학교대책에 대한 주민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국토부에서는 "애놓는 사람들은 내보내고 차없는 사람만 입주시키는 등의 입주자격요건을 만들겠다"는 황당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20일 시범지구 발표전 주민의견수렴을 하지 않았고 이후 6개월 동안 아무런 의견수렴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오는 13일 뒤늦게 주민설명회를 열겠다고 일방통보했다.

주민들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앞선 국토부의 요식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 행복주택, 타당성조사 생략한 날림사업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주택사업이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도 하지 않은데 따른 부작용이다. 적어도 수십만가구의 공공주택을 짓는 사업이라면 경제성과 타당성조사가 선행돼야 하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국토부는 이를 생략했다.

기획재정부는 국토부와 협의해 행복주택 타당성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행복주택사업이 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계획이었을까? 아니다. 2008년도 국토부가 추진하다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 새누리당의 공약으로 만들었지만 공약 성안 과정에서 충분한 타당성 조사는 없었다.

목동주민들이 정부의 행복주택정책에 반대해 집회중이다. (비상대위 제공)
그렇다면 사업을 추진하는 해당부서에서 라도 면밀한 타당성조사를 하는 것이 맞지만
해당부처들은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반드시 추진될 사업이라는 이유로 타당성조사를 생략해 버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14 정부성과계획평가'에서 "행복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아무 데나 할수는 없는 것이다. 어디다 (공급)할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태훈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1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행복주택은 사업추진이 안되고 있는데 계획이 잘못돼서 그런 것"이라며 "전혀 검토없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계획없는 즉 무계획한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 정당한 항의 '님비'로 모는 국토부

국토부는 7개 시범지역에서 모두 반대하고 나서자 주민들의 반대를 지역이기주의 즉 님비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시범지구지정 전 현장조사는 부실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국토부 이명섭 행복주택 기획과장은 "주민들을 숱하게 만나고 의견도 들었으며 지역의 반대이유를 수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해당행정기관의 얘기는 다르다. 양천구청은 "국토부의 118번 주민의견을 수렴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고 단순한 개별면담에 불과했고 그나마 협조부탁을 위한 만남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시간을 허비하다 최근 주민설명회가 잡힌 것만 봐도 국토부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지 안전문제와 각종 도시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잘 사는 사람들의 지역이기주의'라는 식으로 치부하며 원안고수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행복지구에서 나오는 각종 민원이나 불만사항은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지만 국토부는 여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사업을 추진하는데만 목을 메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도 잘못된 정책, 설익은 정책을 이처럼 강압적으로 밀어부치지는 않았다.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의를 무시하는 태도가 계속되면 국토부는 거센 역풍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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